살인마에게 남편과 아이를 잃은 여자이자 엄마의 복수극은 처절하다.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그 놈의 눈빛과 목소리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행복한 순간을 송두리째 안아간 나쁜 놈을 향한 여성의 절규가 공감이 간다.
영화가 긴장감이 넘치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김선아도 잘하긴 했지만 온주완의 섬뜩한 연기 덕이 가장 크다. 온주완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형작가’ 재욱을 연기했다. 재욱은 인형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이를 살해하고 그 뼈를 이용해 혼자만의 ‘예술품’을 만드는 악한이다.
사실 영화는 온주완이 그 범인이라는 스포일러가 공개돼도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정신병자처럼 보이는, 살기 어린 연기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범인임을 알고 봐도 섬뜩하고, 온주완의 무서운 얼굴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스크린에서 터져 나오는 섬뜩한 연기는 보지 않고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큰 인기를 얻었던 김선아는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뺐다. 다리를 못 사용하는 불구의 몸의 여성이 복수극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 설정이 신선하다. 화면을 꽉 채우고 낮은 톤으로 연기하는 김선아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변신은 영화의 톤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김선아의 또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친다고 해도 되겠다.
조폭 출신 대리운전사를 연기한 마동석의 깨알 같은 애드리브도 힘을 싣는다. 김선아의 또 다른 조력자들인 이청아와 신정근, 정인기는 극을 탄탄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과연 은아는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복수극을 성공할 수 있을까?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1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