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어느 순간 독설이 프로그램 속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독설이라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독설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독설이란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것을 의미하나 언젠가부터 비방보다 강하고 거센 비판을 의미하는 말로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에 코치를 해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고, 독설을 통해 자신을 알린 스타들도 등장했다.
사진=김지윤의 달콤한 19, 강용석의 고소한 19 방송캡처 |
지난 11일 방송된 연애 랭킹쇼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는 ‘당신이 솔로인 이유’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돌직구 랭킹쇼라는 것을 프로그램의 모토로 삼고 시청자들에게 솔로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직접적으로 설명해 줬다.
돌직구로 연애상담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SNS를 통해 “솔로탈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솔로인 사람들은 한 번쯤 볼만한 프로그램.”이라는 반응과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김지윤의 달콤한 19’는 돌직구로 정평이 난 강용석이 진행한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만든 제작진들이 시리즈물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강용석의 고소한 19’도 정치, 경제, 법조까지 우리가 궁금해 하지만 잘 알수 없었던 분야에 대해 솔직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흥미진진함을 유도했다.
특히 호기심으로 간지러웠던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줬다는 평가 함께, 강용석의 솔직담백한 매력이 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썰전’을 빼놓고 독설을 논할 수는 없다. ‘썰전’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독설이 매력 포인트인 프로그램이다. 독하지만 알차고 무엇보다 재밌가 커 누리꾼들은 독설에 열광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외에도 ‘마녀사냥’ ‘라디오스타’ ‘개그콘서트’ ‘SNL코리아’ 등 독설이 난무하지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상승주가를 치고 있다.
◆독설로 이미지 바꾼 스타들, 누가 있나
독설로 인해 인생을 바꾼 스타로 김구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구라는 한 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지난해 4월, 10년 전 인터넷방송으로 활동하던 시절 과거 정신대 할머니들을 언급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KBS2 ‘불후의 명곡’,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세바퀴’, SBS ‘붕어빵’,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이 사건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김구라의 방송 복귀는 비난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불과 활동중단 6개월 만에 tvN ‘현장토크쇼 택시’를 통해 MC자리에 다시 올랐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에게는 없는 전무후무한 독설 캐릭터를 가지고 있던 김구라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에 대중은 물론 방송가에서도 김구라의 예능 속 캐릭터를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로 더 확고히 인식하게 됐고, 그의 방송 복귀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그는 여전히 독설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tvN ‘SNL코리아’의 신의 한수 캐스팅으로 꼽히는 개그우먼 정명옥와 방송인 김슬기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욕쟁이’ 캐릭터의 레전드로 주목 받았다.
덤덤한 표정으로 심장 떨리는 욕설을 서슴지 않는 정명옥은 ‘SNL코리아’의 고정 크루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고, 귀엽고 사랑스런 얼굴과는 달리 막말 돌직구를 던지는 김슬기의 캐릭터 역시 무명의 그녀를 한 순간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에 정명옥은 “팬들로부터 ‘욕 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과거 욕하고 강한 여성 캐릭터는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현실을 반영한 세태를 통쾌하고 화끈하게 비틀어 각박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주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독설도 과하면 비호감
독설을 통해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한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에서 보는 사람들의 간담히 서늘어질 만큼의 독설을 선보인 이승철도 방송당시 의도하지 않게 욕을 많이 먹었다.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너무 지나칠 정도의 멘트를 날린다는 것이다. 이에 방송 직후 이승철은 해명 아닌 해명까지 해야 했다.
또한 독설은 아니지만 거짓말로 인해 배우 클라라도 적지않게 타격을 입었다. 레깅스 시구를 통해 섹시스타로 이름을 알리고 있을 당시, 그녀는 한 앞 뒤가 맞지않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대중의 시선을 곱지 않았다.
말이라는 것은 양면성이 존재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독설과 돌직구를 통해 웃을 수도 있지만, 울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 속시원하고 명쾌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은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미쳐, 대한민국 예능에는 당분간 독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