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는 곽경택 감독이 신경을 곤두세운 작품이다. 물론 어떤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신경을 안 쓸까? 하지만 800만 관객이 사랑한 ‘친구’의 속편이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게 분명하다. 일단 사투리부터 완벽해야 했다.
배우 지승현(31)은 “감독님께서 사투리를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며 “이철민 선배 고향이 대구인데 부산 사투리와 조금 차이가 나는 것 하나하나까지 지적을 다 하셨다”고 회상했다.
“감독님도 그렇고, 출연 배우들도 무척 좋아하고 있어요. 첫날 30만 명이 봤으니 대단한 것 같아요. 아직은 시작 단계라 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반응 같아 좋아요.”(웃음)
‘친구2’는 동수(장동건)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전편에 이어 17년 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유오성)이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을 만나게 되면서 끝나지 않은 ‘그 날’의 이야기를 그린다. 준석의 아버지 이철주(주진모)의 이야기도 곁들여져 극에 재미를 배가한다. 하지만 영화는 1960년대 분량, 즉 준석의 아버지 시대의 분량이 줄었다. 당연히 철주의 친구였던 지승현의 이야기도 편집됐다.
“제가 나온 부분이 좀 더 많았다면 당연히 좋았겠죠. 촬영된 것 중 3분의 1은 편집됐어요. 그래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잘 나왔으면 된 거죠 뭐. 저희는 현장에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다른 시대를 촬영한 배우들을 자주 보진 못했지만 우리끼리는 정말 즐거웠다니까요. ‘친구2’가 대박 나면 그게 가장 좋은 거겠죠. 감독님이 대박나면 과거 분량으로 뭔가를 하실 것 같다고는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친구2’는 감옥에서 복역하고 나온 유오성이 극의 중심을 잡고 버티고 있으면, 젊은 기운의 김우빈이 감정과 힘을 폭발시키는 형태다. 유오성의 연기력은 이미 ‘친구’에서 경험해 본 바 있다. 김우빈도 선배를 압도한다. 지승현은 나이 어린 김우빈의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지승현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로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정우와 절친한 사이다. 정우와 영화 ‘바람’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는 ‘응답하라 1994’에 카메오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우가 부럽기도 할 것 같은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형이 부럽다기보다는 정말 잘 돼 좋다”며 “나도 계속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의 인기를 축하하는 지승현에게 “이제 조금 살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연기하고 싶고, 인기를 맛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운이 따라온 것 같다.
“저도 그런 운을 바라느냐고요?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자기 일을 하는 게 일단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인기도 얻게 되겠죠. 물론 그런 것만 바라는 마음은 아니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방송 일을 꿈꿨는데 아버지가 무서워 26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연기에 도전한 지승현. 2009년 영화 ‘바람’을 시작이라고 할 수 있으니 5년 차가 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뭔가 먼저 나서서 일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그는 “‘바람’을 보고 많은 이들이 나를 알아봤다. 그것처럼 사람들이 내가 다른 작품을 한 걸 보고 ‘이 친구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라는 반응을 받길 원한다”며 “작품 속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승현은 “‘영화를 보러 온 구두닦이 전문가가 봤을 때도 진짜처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 영상을 찍어 오셨던 것”이라며 “촬영할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썼고 곽경택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고 장인어른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예전에는 경제적으로 힘드니 자괴감이 들었어요.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직해 돈을 버는데 꿈만 먹고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친구들이 ‘요즘은 내가 회사에서 뭐를 하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네가 부럽다’는 말을 해요. 나 자신이 대견하게 생각되더라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잘 되는 일만 남았죠.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잘 올라가고 싶어요.”(웃음)
지승현은 내년 방송되는 KBS 2TV 드라마 ‘감격시대’에도 캐스팅됐다. 다시 또 달릴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