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승현(26), 20대 배우치고 이런 아우라를 뽐내는 이가 몇이나 될까. ‘동창생’은 20대 중턱을 넘은 최승현의 야생마 같은 매력이 응집된 영화다. 그 또한 “애증을 넘어 사랑으로 찍었다. 내 감성을 불사른 영화”라고 했다.
-극중에서 죽어서 아쉽지 않았나.
“드라마였다면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에 몰입되어 있어 어떻게 표현할지만 생각했다. 죽고 안 죽고는 생각할 겨를이 없더라.”
-다양한 작품 제의를 받은 걸로 안다. 이 작품에 마음이 움직인 까닭은?
“캐릭터에 연민이 가고 안쓰럽고 마음이 끌렸던 것도 있다. 멋진 액션과 카리스마 그런 것들보다 호기심이 생겼던 건 한가지다. 어떻게 침묵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2시간을 끌고나가는가란 의문이었다. 신선했다.”
-전작들 속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다가 중간에 덮었다. 또 다크한 것처럼 보이면 신선해 보이지 않을까봐. 하지만 이 작품이 나를 기다렸던 운명처럼 느껴졌다. 고민해보니 운명일 수 있겠다 싶었다. ‘왜 이렇게 다크한 것만 하냐’는 얘기를 듣기 싫었다. 하지만 작품을 몇 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또 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봤나.
“객관적일 수 없겠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1년 반 동안 준비한 작품이고, 작년 12월 개봉 예정이었는데 ‘소년 간첩’이란 유사한 소재의 영화가 이미 개봉을 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멘붕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애증이 생기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영화는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내 감성을 불사른 작품이다.”
-흥행 성적을 떠나 작품에 대한 호평이 주인공(최승현)에게 많이 몰리고 있다.
“노력하고 연구했던 것들에 대해 칭찬받는 것은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시각들이 큰 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결과에 부담감을 갖게 되는 내 모습이 두렵다.”
-사투리에 액션에 내면연기까지 어려웠을 텐데…
“강한 사투리였다면 차라리 더 쉬웠을 거다. 음악하는 사람이어서 청각적으로 예민하다. 그것을 멜로디처럼 외우면 굉장히 쉽다. 그런데 서울말도 아닌 평양말도 아닌, 굉장히 약하게 사투리를 쓰되 러프한 말투가 살아있어야 했다. 그런 미세한 점들이 힘들었다. 진짜 북한에서 온 장교 선생님에게 배웠다. 하나하나 물어보고 파고들었다. 사투리마저도 진짜여야 한다 생각했다. 항상 날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부상도 당했다. 실제 극중에서 흘린 피가 본인의 피였다면서…
“팔 부상을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살점이 다 들려서 핏줄 접합수술을 받고 다 꿰맨 상태다. (손을 보여주며) 지금은 반년 넘었다.”
-그렇게 다치면 다음 액션이 두려웠을 듯 하다.
“두려움은 있었다. 몰입하다 보면 겁나는 게 없는데, 그런 다음에는 멈칫하게 되는 순간도 있더라. 지금도 유리 옆에 있으면 무서운 느낌이 있다. 혹시라도 그때 부상으로 손을 못 움직이게 됐다면, 내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액션도 멋지더라. 춤을 추는 사람이라 더 간지가 나오는 건가.
“액션에선 리듬을 타면 안 된다. 가수들은 액션을 크게 정박자로 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선이 못생겨도 러프하면서도 날렵해야 되는 동작들은 오히려 더 어렵다.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큰 동작을 스태프들 앞에서 한다는 게 어색했다. 반주 없이 무대에서 마이크에 대고 노래 부르는 느낌이랄까.”
-액션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더라. 어떤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나.
“동작을 크게 할 땐 시원스럽게, 절제할 땐 작게. 밀고 당기기를 하려 했다. 동선을 인지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을 확실히 기억하면서 액션신에 임했다.”
-그야말로 원톱 영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호평은 뭔가
“눈빛 연기에 대한 호평들이다. 가장 염두하고 연기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포화 속으로’나 ‘아이리스’는 선배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영화는 혼자 끌고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듯 하다.
“처음 비중이 시나리오상 크지 않았다. 대본상 60% 정도 나왔다, 진정성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했다. 영화 구조상 항상 새로운 인물을 만나 붙는다. (윤제문 조성하 한예리) 다른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게 불과 서너번 정도다. 거의 혼자 촬영하다시피 했다. 이 인물들이 어떻게 연기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측 아닌 예측을 하면서 상상력을 동원한다는 게 고통스럽기도 했다. 남의 대사까지 다 외워야 했다.”
-음악과 연기 모두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다재다능한 끼의 근원은 어디인가.
“감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선천적인 것이기도 하고. 분노, 아픔, 예민함, 소중한 기억 등 후천적인 것들도 있다. 음악에서 나오는 감성과는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는 감성이 있어도 내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어색할 수 있다.
“어떻게 움직이면 어떻게 보인다는 게 인지되어 있다. 루즈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을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들이나 행동들. 콘서트나 월드투어 등 각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하면 감동시킬 수 있는지 진정성 있는 제스처를 익혀왔다.”
-가수로도 활동해야 한다는 게 다른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불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빅뱅이라는 팀을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한 적은 없다. 빅뱅은 작품성을 추구하는 팀이다. 그래서 더 용기 있는 편인 것 같다. 한편으로 경험에 있어서는 운명적이었던 것 같은데, 10대 때부터 20살이 되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스무살이 되면 못할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안하는 것도 많이 해보고 좋은 일도 해봤다. 나쁜 일도 해봤고 이해 안 가는 행동들도 많이 해봤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경험에 대해 초연하다.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땐 행복하지만, 뭘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가끔 공허해질 때도 있겠다. 남들이 모르는 슬럼프랄까.
“사람들을 많이 관찰한다. 왜 저렇게 움직이고, 건물은 왜 저렇게 지었을까. 사람들을 볼 때도 눈을 잘 못 본다. 하지만 멀리서는 사람들을 잘 관찰한다. 차 안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되도록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에너지를 아끼려고 하는 편이다. 또래 친구들과 같이 놀면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내가 흥미가 없다.(웃음) 보통 20대 친구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술 먹거나 클럽에 가는 등 표출하는 나이대인데,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갖고 있다가 일 할 때 푸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무대에선 더욱 폭발하나보다.
“혼자 있으면서 느끼는 답답함을 무대에서 표출한다. 평소에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눈빛이 나오는 것 같다.”
-그 눈빛 때문에 섹시하다고 평가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여성들에게.
“부담스럽다.(웃음)”
-빅뱅 탑으로 산다는 것, 최승현으로 산다는 것. 어떤 차이가 있나.
“탑이라는 직업으로 사는 게 더 익숙하고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적으로 돌아왔을 땐 허하고 어린 아이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