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각 포털 사이트에는 ‘초아 성추행’을 비롯해 ‘초아 남성팬’, ‘크레용팝 무대난입’ ‘초아 신체 일부’ 등 검색어 키워드가 번갈아 가며 인터넷을 장식 중이다. 일명 ‘5기통 춤’과 더불어 국민가요가 된 ‘빠빠빠’를 부른 크레용팝의 일인 만큼 네티즌과 언론의 큰 관심이 쏠렸다.
이는 지난 1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크레용팝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던 중 정체 모를 남성이 무대에 뛰어들면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는데, 회색 후드 티를 입은 남성이 초아를 껴안으려 다가서다가 그의 중요 신체 일부를 더듬는 듯한 행동이 보였다.
팬이 손을 내미는 정도인 줄 알고 반갑게 다가서던 초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서 걱정할 만큼의 신체 접촉은 없었다. 이어 매니저와 경호 요원들에 의해 이 남성은 곧 제압당했고 사건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극성팬은 추후 별도로 경호팀에 인계돼 격리되거나 경찰에 입건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소속사 관계자는 “동영상 자체의 내용이 애초 너무 자극적으로 올라와서 그렇지 실제로는 크게 우려될 만한 일은 없었다”며 “당시 경황도 없었으나 (경찰에 신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남성에 대해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주장’일 뿐이다. 단순히 지나친 ‘팬 심(心)’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인 데다 초아 또한 이 남성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
악의적인 범죄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남성이 그 수많은 관객과 공연 관계자 및 경호 요원들이 있는 상태에서 버젓이 초아를 ‘성추행’ 하려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이 남성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굳이 법률적으로 접근해, 초아가 이 남성 탓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는 ‘성추행 용의자’다. 또한 크레용팝이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이었다면 ‘업무 방해 혐의’도 적용된다. 이 남성이 무대에 난입하기까지 상황을 내버려둔 소속사와 경호업체에도 ‘근무 태만’이고, 이들에 대해 초아는 ‘계약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가 괜찮다면 ‘해프닝’일 뿐이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주장하는 ‘초아 공연 중 무대 난입 남성에 의해 성추행 당하는 장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오히려 그를 수치스럽게 하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크레용팝 소속사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기사가 너무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초아가 예기치않은 스킨십 시도에 현장에서 다소 놀라긴 했지만 이내 곧 덤덤해 했다”며 “이렇게까지 많은 걱정을 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초아와 크레용팝은 현재 예정된 일정도 아무 이상 없이 소화하며 잘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발 ‘충격적인 단어’는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크레용팝이 아닌 어느 무명의 남성 인디밴드 가수를 향한 여성 팬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언론의 호들갑이 ‘바늘을 곤봉’으로 만든 게 아닌지 씁쓸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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