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소설과 영화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특별한 영화가 탄생했다.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소설 3편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가 관객들 곁으로 찾아왔다.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작품인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소설’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한 색다른 감각의 옴니버스 영화. 올해는 감독 이상우, 박진성 박진석, 이진우와 소설의 만남으로 ‘비상구’ ‘THE BODY(더 바디)’ ‘번개와 춤을’라는 작품이 완성됐다.
먼저 ‘비상구’(원작 ‘비상구’)는 신촌의 모텔촌을 전전하며 별다른 직업 없이 살고 있는 20대 청년 우현(한주완 분)과 몸을 팔며 살아가는 우현의 여자친구(유소현 분)의 이야기가 그려진 작품으로, 이상우 감독 특유의 거친 감각으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극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재 KBS2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 중인 한주완의 색다른 모습이다. 반듯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면, 영화에서는 반항기 가득하고 강렬한 면모로 반전 매력을 펼친다.
우현의 여차진구 역을 맡은 유소현의 파격적인 노출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체모까지 노출을 감행한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과 연기 투혼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형제 감독 박진성 박진석 감독의 공동 연출작으로 흥미를 더욱 모으는 ‘더 바디’는 크리스마스 이브 미술감독 부부의 집에서 벌어지는 스산한 일상을 그린 ‘마지막 손님’을 각색한 작품. 특히 전체적으로 흑백톤으로 처리된 영상이 극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적막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또한 극중 시체 더미 역을 맡은 류혜린은 대사 한마디 없이도 음산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하며, 최근 활발한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배슬기 역시 한층 성숙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마지막 ‘번개’ ‘요의’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로 작품의 궁금증을 모으는 ‘번개와 춤’은 시계를 보면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는 미정(김서형 분)이 번개 맞은 사람들의 모임 ‘아다드’의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그렸다.
무엇보다 독특한 소재 안에서 벌어지는 미정과 ‘아다드’의 리더 동규(최원영 분)의 로맨스와 따뜻한 영상미의 조화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하며, 원작 소설과 상상력을 더한 캐릭터의 재창조를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베스트셀러,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강세인 가운데, 김영하 단편 세 작품이 한꺼번에 제작된 일은 없었다. ‘숏!숏!숏!’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여러 명의 감독이 뭉쳐 만든 영화인만큼 독창적이고, 개성이 뚜렷하다.
물론 단편 영화를 모은 옴니버스 영화의 고질적인 단점인 맥 끊김 현상은 있다. 그러나 짧은 호흡에도 청춘,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적 기본 뼈대에 감독들의 상상력, 개성충만한 배우들의 호연과 애드리브가 살아 있어 집중에 방해 되진 않는다.
사진=‘소설, 영화와 만나다’ 포스터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