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동이라는 소재는 식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많다.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나왔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관련 영화들이 나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 최근에도 ‘인셉션’과 ‘소스 코드’ 같은 영화들이 흥행했다.
하지만 영화는 흥미롭다. 초반 약점은 중반 이후부터 몰입도를 높이더니, 인물들의 상황과 이야기를 하나씩 매듭지어 약점들이 지워진다.
다음날 오전 11시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 우석(정재영)과 영은(김옥빈). 폭발 위기를 맞이한 미래의 연구소를 가까스로 탈출하고, 그곳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모두의 죽음을 목격한다. 두 사람은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해 나간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 그 풀어진 매듭을 다시 묶어내는 김현석 감독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CCTV를 통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을 미리 아는 연구소 팀원들을 어떻게 그 상황에 부닥치게 하는지 궁금증이 생길 즈음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루 뒤로 시간여행을 떠난 곳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던 우석이 하루가 다시 지난 뒤 마주하게 된 그 상황이나, 영은에게 위험을 알려준 인물에 대한 정체가 공개되는 지점 등을 마주할 때 특히 그렇다. 중반 이후 인물들이 처한 시·공간적 제약이 긴장감을 넘치게 하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후반부 사족도 보이지만 인물 간 관계와 과거 이야기를 정리하는 방법이라 그렇게 괴이하지는 않다. 우석이 하반신 마비가 된 러시아 재벌의 완치를 위해 그의 도움을 받아 시간 이돈 연구에 나선 것이지만, 결국 우석은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도 연구해 결국은 죽은 아내와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화려한 할리우드식 SF 타임스릴러를 기대하는 이들은 실망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퍼즐을 맞추는 영화는 관객을 생각하게 하고 ‘아하~’ 하게 만든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추천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한 상황과 전개도 아니니 충분히 즐길 만하다.
영화에서 현재에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미래는 없었을 것이지만, 누구도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예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시공간의 나를 만나면 우주의 평행은 깨진다는 등 과학적 고증에 대해서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