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두려움뿐이었어요. 언제부턴가 절로 대사가 튀어 나오더니, 음악 한 소절에도 발이 사뿐, 어깨가 들썩 거리는 거예요. 두근두근…콩닥콩닥!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어요. 두려움 보다는 설렘에 가까운 떨림. 이제야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됐나 봐요!”
뮤지컬 무대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소향. 오는 12월 6일 대구 첫 공연을 앞두고 혹독하게 연습 중인 그를 만났다. “꿈같은 현실을 살고 있다”는 그는 지친 몸에도 불구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눈빛은 반짝거렸고 말투는 고왔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통통 튀는 말투가 귀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어릴 적 영화 속에서 만난 ‘마리아’와 꼭 닮았다.
Q. 많이 지쳐 보인다. 첫 무대를 앞둔 소감은?
A. 처음엔 정말 무섭고 두렵기만 했다. 그저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흑흑)
Q. 일찌감치 ‘CCM계 여신’으로 실력도 인정받아왔는데, 왜 이제야?
A. 뮤지컬 무대, 그리고 ‘배우’는 내게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 내가 배우를 한다? 그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노래하면서 춤을 추고 대사에 연기까지? 나는 절대 못 할 줄 알았다.
Q. 그런데?
A. 다름아닌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다! 100번도 넘게 봤던 그 명작. 그것도 주인공을 내가 하게 됐다. 꿈만 같았지만 많이 불안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오래,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단원들 중 가장 먼저 연습을 시작했다. 3개월간 기초 체력을 쌓고 단계별로 훈련을 받았다.
Q.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A. 왜 없었겠나. 모든 게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다. 다른 배우에게 혹시 민폐가 될까봐 늘 미안하고 불안했다. 결국 연습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동료들과 가족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연출님의 지도 아래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연습만 했다.
A. 내가 하도 걱정을 하니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실질적인 연습부터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말들도 많이 해줬다. 이제는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대사가 나오고 스텝도 밟아진다. 조금은 설렘도 느껴지는 게 이제야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된 것 같다.
Q.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A. 사실 영화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해 극명한 차별화를 두기란 힘들다. 오히려 원작이 가진 추억의 힘을 다시 느끼게끔 하고자 한다.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내 스타일로 억지로 바꾸려다 보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 영화가 아닌 무대에서 펼쳐지다 보니, 그 에너지는 좀 더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생길 것 같다. 익숙한 멜로디와 영상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다는 게 최대 장점.
Q. 박기영, 최윤정과 트리플 캐스팅. 소향 ‘마리아’만의 개성은?
A. 단원들이 “넌 그냥 마리아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 나는 최윤정, 박기영 마리아만큼의 개성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이미지가 원작에 가장 가깝다는 거? 잘 모르겠다. 하하!
A. 벌써 결혼 17년차다. 스무 살에 첫사랑과 결혼을 했다. 가장 풋풋할 때 결혼했다. (마리아랑 정말 닮았네! 하하!) 어느 날, 기도를 하다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없이 결혼했다. 정말 사랑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음 생애에도 남편과 결혼하고 싶다.
Q. 조금 더 얘기해 달라.
A. 남들이 들으면 황당할지 몰라도 난 그렇다. 무엇보다 남편은 물론 시댁 식구들이 정말 좋다. 시아버님은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 온 내게 “너는 그냥 하느님에게 받은 사명에만 집중하라”며 CCM 가수로 성장하는데 절대적인 지지자가 돼주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시아버님이 곁을 지켜주신다. 시댁 식구들은 이미 내게 살처럼 됐다. 뭔가에 한 번 미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음악에, 신앙에, 그리고 글 쓰는 것에. 이런 나를 시댁 식구들은 친정보다도 따뜻하게 감싸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무대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A.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과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건 굉장히 다르다.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 영역을 넓혀가는 중요한 계기점이 된 것 같다. 일단 주어진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게 급선무지만 ‘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온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무대의 마력에 푹 빠진 것 같다.
Q. 이전보다 유명해졌고 인기도 많아졌다. 기대하는 미래가 있나?
A. 본래 주어진 상황보다 더 행복해지길 기대하거나 현실을 불평하는 성격이 아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건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이전보다 대단히 달라진 건 없다.
결국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인 것 같다. 남편이든 친구든 시댁 식구들이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늘 표현했다. 그러니까 더 많이 돌아온다.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지더라.
A. 공연을 보시고 난 뒤 조금이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모든 연령대에게 부담 없는 작품이지만 이왕이면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따뜻함, 순수함,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한없이 차가운 이 시대에 예쁘고 순수한 감성들을 전하는 작품이다. 생각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듯한 느낌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한편,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 자연을 배경으로 폰 트랍가의 일곱 아이들을 돌보게 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청원수녀 마리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다음 달 6일부터 15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첫 시작을 알린다. 이어 내년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