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 1997년 부산에서 벌어지는 고교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었다면 9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마산에서 올라온 성동일(성동일 분) 이일화(이일화 분) 가족이 운영하는 신촌하숙에 각 지방 출신의 대학들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동일 이일화 부부를 비롯해 신촌하숙집에 사는 이들까지, 20년 가까이 지방에서 보내다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상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응답하라 1994’는 그 당시 대학생활을 영유했던 이들에게는 공감을, 그리고 그 시대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아 나갔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살아있는 캐릭터였다. H.O.T의 열혈팬 ‘안승부인’인 성시원(정은지 분)은 그 시절 한 번쯤 보았을 철없는 이웃집 고교생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고, 이 외의 인물들 역시 개성 넘치면서도 공감대를 잃지 않는 캐릭터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었다.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응답하라 1994’에서도 역시 살아있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조화는 시너지 효과를 더하며 인기의 가속도를 더하게 했다. 캐릭터들의 인기는 배우들의 인기로 이어졌다. 여주인공 고아라의 경우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KBS2 ‘반올림’ 이후 뚜렷한 대표작이 없는 여배우 중 하나였다. 그저 예쁘기 만한 배우로만 평가됐던 고아라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와 함께 괄괄한 여대생 성나정이라는 캐릭터는 맞춤옷인 듯 딱 맞아떨어졌고, 덕분에 그는 10년 만에 ‘응답하라 1994’라는 대표작을 만나게 됐다.
정우와 유연석, 그리고 손호준과 김성균 역시 ‘응답하라 1994’가 낳은 스타다. 먼저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왔던 정우와 유연석, 손호준이었지만 이들 역시 인지도를 높여줄 만한 대표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 된 이들은 신 PD가 벌려놓은 판에 그동안 축적시킨 연기력을 풀어놓았고, 이를 본 대중들은 이들을 2013년 대세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비열한 악역으로 스크린을 점령했었던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성숙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어리숙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을 드러냈다. 김성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역의 이름이었던 삼천포와 러블리를 합친 말인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인 타이니지의 도희와 B1A4의 바로의 안정적인 연기력 또한 큰 몫을 했다. ‘응답하라 1994’를 촬영하기전 무명에 가까웠던 도희는 ‘응답하라 1994’에서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콱 창자를 빼갖고 젓갈을 담가블랑께” “뚫린 입이라고 아무거나 처넣냐?”와 같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욕을 맛깔스럽게 소화 하며 본인의 이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걸그룹 타이니지를 알리는데 일조했다. 바로의 경우 같은 과 선배인 쓰레기를 향한 가슴 뛰는 동경과 여린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연기경험이 전무함에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차세대 연기돌의 가능성을 높였다.
‘응답하라 1994’를 빛낸 이들은 주연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를 연출한 나영석 PD에서부터 가수 윤민수까지 존재감 강한 카메오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재미를 더했다.
↑ 사진=응답하라 1994 캡처 |
본인의 캐릭터를 살려 재미를 준 이들도 있었다. 나정, 윤진이 찍은 사진 속 전두환 역으로 장광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으며, 노총각 교수의 김광규, 신인가수이자 김윤진의 후배 역으로 김정민, 서태지 목소리 역 및 표절 작곡가 역의 정성호, 어리바리한 스타 김민종 역의 김민종 등이 등장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자 아이돌도 많이 출연했다. 무역학과 하희라 역으로 달샤벳의 우희, 소개팅녀로 나인뮤지스의 민하, 경리, 이유애린, 연대 전지현으로 분한 레인보우 재경 등이 출연해 남심을 흔들었다. tvN ‘SNL 코리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슬기는 신기가 있는 쓰레기의 사촌동생으로 등장해 강한 임팩트를 남겼으며, 서유리는 쓰레기 첫사랑 역으로 분해 성나정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극중 성동일의 아들인 어린 쑥쑥이 역으로 진짜 성동일의 아들 성준이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성준은 배우인 아버지와는 달리 발연기를 펼치며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에 대본이 있다는 일말의 의혹을 말끔하게 씻겨주기도 했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카메오는 영화 ‘바람’의 삼인방 이유준, 지승현, 양기원이었다. 과거 영화 ‘바람’에서 정우의 선배로 나왔던 이들은 ‘응답하라 1994’에서도 쓰레기의 선배로 등장, “그라믄 안돼”와 ‘불안감 개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쥐게 했다.
↑ 사진=응답하라 1994 캡처 |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주역인 서인국, 에이핑크의 정은지, 인피니트의 호야, 신소율, 은지원, 이시언 등도 ‘응답하라 1994’의 카메오로 나서 제작진과의 의리를 과시했다. 부산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쓰레기와
‘응답하라 1994’ 속 인물들과 각기 다른 성향의 카메오들은 넓은 세상 다양한 이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촌놈들의 전성시대’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