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누구에게나 각자의 ‘대나무 숲’이 하나쯤은 필요한 법이다. 대나무 숲이 번뜩이는 대답을 내놓지 않아도 좋다. 그저 고민, 한숨, 아픔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메이크업 듀토리얼 공개는 물론, 구독자들의 대나무 숲을 자처하고 나선 이가 있다. 유튜브 스타 ‘유트루(YooTrue)’가 그 주인공이다. 20분 남짓의 영상 속에서 구독자들은 메이크업 정보는 물론, 재미와 편안함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매력에 매료된 구독자는 어느덧 7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해외에서 유튜브라는 공간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듣게 되었어요. 호주 같은 곳에서는 유튜브 스타들이 TV 스타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도 들었죠.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유튜브에 대한 흥미가 생겼어요. 원래부터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뷰티 영상을 올리게 되었죠”
“뷰티 영상을 몇 번 찾아봤어요. 다들 피부가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트러블 걱정이 굉장히 많은 편이거든요. 그 트러블이 저만의 특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사연을 남겨주시곤 해요. ‘공감을 느낀다’는 내용이 꽤 많은 편이죠”
메이크업에 있어 그만의 특징이 ‘아낌없는 민낯 공개’라면 영상 콘텐츠를 전체로 보자면 ‘친근함’을 가장 큰 무기로 꼽을 수 있다. 메이크업에 따라 10여 분에서 30분을 오가는 그의 영상.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길어 보일 수 있는 영상이지만 그의 콘텐츠를 보는 구독자들은 최대 30분의 시간마저 길게 느낄 틈이 없다.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이야기는 마치 옆집 언니의 화장 과정을 지켜보며 수다를 떠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기에 그는 구독자들로부터 메이크업 신청 혹은 사연을 받고 있다. 구독자들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사소한 것 같지만 꽤 큰 힐링을 선물한다. 수만 명의 독자들에게 그는 어느새 진짜 대나무 숲이 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사실 아버지는 제가 영상 촬영 하는 걸 보시면서 ‘왜 저러고 있느냐’는 반응을 하시기도 하지만, 저는 촬영 자체가 굉장히 즐거워요. 그냥 독자들이 보내준 사연을 이야기하며 메이크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흐르곤 해요. 사실 그것 때문에 해외 누리꾼들은 ‘You talk too much’(말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댓글로 남기기도 해요. 말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전 계속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그는 “그냥 혼자 떠드는 것 뿐”이라며 겸손을 표했지만, 실제 많은 이가 그의 영상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있었다. 단순히 그가 사연을 들어주고 읽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이도 있었으며, 주변에 하지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도 꽤 많았다. 최근에는 하루에 20통에서 30통까지 사연이 도착한다고.
그의 영상이 위로라는 키워드를 특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본질은 ‘메이크업 듀토리얼을 올린다’였다. 그리고 그는 메이크업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뷰티 블로거, 유튜버라면 한 번쯤은 불거지는 ‘협찬 논란’ 역시 유트루 만의 생각이 녹아 있었다.
사실 뷰티로 유명한 SNS 유저들에게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협찬 제안이 들어오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과한 ‘홍보 포스팅’으로 인해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왔다. 그러나 유트루의 경우에는 영상에서 ‘극심한 홍보의 냄새’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구독자를 매료시켰다.
“일단 피부 관련 제품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요. 일명 저렴이로 불리는 저가 브랜드, 로드샵의 제품들은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죠. 피부 상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스 제품은 제게 정말 잘 맞는 제품만 사용해요. 다른 라인들 역시 해당 브랜드에 미리 이야기를 해요. 여러 제품을 사용한 후에 정말 괜찮은 것만 이용하겠다고. 그 이야기를 수렴하는 브랜드만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연예인들이 한 번에 A브랜드와 B브랜드의 광고를 하지 않듯, 저도 약간의 룰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 달에 A브랜드의 제품을 협찬으로 이용했다면, B브랜드의 제품은 다음 달 정도에 협찬으로 사용한다는 룰이죠”
인터뷰를 하는 내내 유트루는 자신이 화장 전문가가 아니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보다 화장에 있어서 더욱 뛰어난 이들이 많으며, 자신은 그저 취미 삼아 영상을 올리는 것 뿐이라고. 그 이유 때문일까. 유트루의 메이크업 영상에서는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실패한 메이크업까지 함께 공개한다는 점이다.
사실 그는 악플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하지만 좋지 않은 반응의 댓글을 받아보기도 하고, 영상 편집과 메이크업 과정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유튜브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영상 일기잖아요. 사실 영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일기’의 기능도 있어요. 유튜브가 수십 년 후에도 존재한다면, 먼훗날 저는 2014년의 내가 무엇을 했고, 2015년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영상을 통해 기억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그에게 있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은 기록과 소통의 장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소통의 장이 누군가에게는 대나무 숲이 되어 편안함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는 메이크업을 넘어 더 많은 콘텐츠 공유를 꿈꾸고 있다.
“지금은 메이크업을 공개하고 구독자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제 일상을 공개하고, 결혼을 한다면 아이의 모습도 올리면서요. 아, 동생과 제가 둘 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음악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하나의 목표에요”
실제로 만난 그는 정말 옆집 언니 같은 편안한 사람이었고, 쾌활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들은 ‘왜 유트루의 유튜브가 인기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그의 콘텐츠에는 화려함, 특별함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사람 사는 맛’이 녹아 있었다. 이는 유트루의 더 많은 콘텐츠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였다.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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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유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