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가 동향 조사 기간 = 2014년 12월28일~2015년 1월 4일 / 의견 유효 기한 및 범위 = 2015년 상반기 가요계.
가요계 시간은 거꾸로 간다? 요즘 이러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걸그룹 EXID의 뒤늦은 인기가 있었지만 그 중심은 역시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때문이다.
터보, S.E.S, 김현정, 김건모, 소찬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지누션, 쿨이 한 무대에 등장한 '토토가'는 단숨에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무한도전'의 시청률뿐 아닌, 방송·가요 산업 전반 분위기를 끌어올린 모양새다.
◆ 테마주 =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는 특정 주제를 가진 사건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군을 말한다. 2015년 새해 벽두 방송·연예가 테마주 중 하나는 단연 '토토가'라 할 수 있겠다.
1990년대 음악을 듣고 자란 이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이른바 'X세대 음악'으로의 회귀다. 가장 유행에 민감한 곳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음원 차트다. 최근 2주간, '토토가' 출연 가수들과 그들의 약 20년 전 노래 제목은 실시간 검색어와 음원 차트 1위는 물론 상위권을 점령했다.
해당 가수에게는 음원 발매 제안과 공연 무대 섭외 요청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기세를 몰아 신곡을 발표 준비 중인 가수도 있다. 동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가수들까지 거론되면서 벌써 '토토가'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도 상당수다.
이미 '토토가'와 비슷한 콘셉트로 콘서트를 진행해 온 한 기획사는 원래 이름 대신 '토토가요'라는 공연 포스터를 내걸었다. 일찌감치 '토토가' 성공을 예감한 몇몇 공연 관계자들이 관련 상표등록출원을 서두른 이유다. '토토가' 상표등록 우선권은 MBC '무한도전' 측에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음반·공연업 외 숙박·요식업 등 여러 분야 상품군의 상표등록 출원이 시도됐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에 꼽히는 히트메이커 작곡가와 대형기획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천편일률적 현(現) 아이돌 음악에 대한 반발이라는 주장이 있다. 혹은 고단한 삶 탓에 과거로 회귀하려는 사회적 경향과 맞물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나친 호들갑은 독이다. 솔직히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결국 '무한도전'의 저력이 깔렸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무한도전'은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 층이 굳건한 '국민 예능'이다. 지금은 소속사가 각자 다르거나, 피치못할 개인사정으로 재결합·활동이 힘든 원년 멤버들조차 '무한도전'이기에 출연이 가능했다.
그렇게 '무한도전'이 소환한 추억의 인기 가수들은 사회 경제 주류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30·40대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결과론적으로 '토토가'는 '무한도전'이 기본적으로 지닌 엄청난 호감도와 '추억팔이'가 절묘하게 결합해 성공했다. 좋게 말하면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향수를 자극했다.
지금의 '토토가' 열풍은 한때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우리에게 학습됐다. 음악과 잘 만들어진 방송 콘텐츠가 결합했을 때 그 위력은 대단하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야기(방송 콘텐츠)의 힘을 빌리지 않은 그들 음악 자체의 자생력은 약하다는 점이다.
앨범만 냈다 하면 100만장 이상을 훌쩍 팔아치우던 당대 가수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예전과 지금의 음악 시장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체 환경, 노출 창구, 대중의 가치관이 변했다. 단순히 개인의 음악적 취향을 기준삼아, 현재 아이돌 음악이 나쁘고 그때 음악이 좋았다는 식의 '착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굳이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유행은 돌고 돈다.
시장은 냉정하다. '한 번쯤' 이벤트성으로 옛 추억을 더듬는 것은 재미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가치가 희석되고 흥미요소가 반감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나는 가수다' 이후 수 백개 공연이 열렸지만, 지난 연말 박효신·김동률·성시경·이승환 4명 외 대부분 가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이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한계"라고 말했다.
특히 걸그룹 보다는 여성 팬들의 지갑을 아낌없이 열게 하는 남자 아이돌이 늘 '대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 YG엔터테인먼트의 빅뱅과 신예그룹(위너·아이콘)이 현존하는 최고 흥행 보증 수표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들 컴백 시기는 아직 미정이나 상반기 출격이 확실하다. 세계 최대 음악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활동이 변수다. 규모의 경제다. 방송사도 거대 시장을 잡으려면 확실한 미끼를 써야 한다. 대형기획사 아이돌에게만 방송사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악순환은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유가 선두주자다. 지난해 '아이유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는 다수 가수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자신의 솔로곡이 아닌, 콜라보레이션 의존도 컸다는 점에서 일부 평가절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주가가 치솟은 아이유는 올해 본연의 색깔로 돌아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상종가를 확고히 굳힐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의 대항마로는 윤하가 꼽힌다. 윤하는 솔로로 나선 샤이니 종현과의 입맞춤, 드라마 '피노키오' OST 등을 통해 인기 영역을 넓힌다. 윤하는 어느새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잠시 소속사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었으나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다는 것도 그의 강점. 예쁜 외모와 더불어 발라드·록·재즈 등 장르를 가릴 필요 없는 그의 실력은 오히려 아이유를 능가한다는 평도 있다.
그밖에 SBS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여부와 상관 없이 'K팝스타4'에 출연 중인 이진아, 윤종신 사단의 '거물' 퓨어킴, 악동뮤지션의 이수현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소녀시대, 투애니원, 원더걸스의 뒤를 이어 세대교체 대상에 오른 걸그룹들은 아직 거품주로 분류하고 싶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주 <연예가동향>에서 살펴볼 계획이다.
※ 동향(動向) : 사람들의 사고·사상·활동이나 일의 형세 따위가 움직여 가는 방향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는 <연예가동향>을 통해 대중문화계 흐름을 분석, 독자 및 업계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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