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황은희 기자] 전쟁 같은 캐스팅 세계에서는 가끔 출연료 미납 문제나 권익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 피해 대상은 단역배우, 캐스팅 디렉터 등 대부분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배우는 작품 하나라도 더 나오기 위해, 캐스팅 디렉터는 더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손해를 봐도 참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체 어떤 피해 사례가 있고, 구제법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인가. 몇몇 배우들과 캐스팅 디렉터,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례1. 출연료 미지급, 편법이 판을 치네?
최근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A 제작사의 편법에 관계자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특히나 그 대상이 대부분 단역 배우라 캐스팅을 맡은 캐스팅 디렉터들을 불편하게 했다.
수법은 간단했다. 연기력으로 입증되는 이들에게 출연료 대신 다른 작품에 출연할 때 지금 등급보다 높은 금액이 적힌 서류, 일명 ‘등급서류’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단역 배우들은 이 서류가 당장 받지 못할 출연료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고 일부가 승낙했던 것.
그러나 이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했을 뿐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A제작사가 다른 제작사와 이 등급서류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을 작품으로 이끈 캐스팅 디렉터까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단지 출연료를 주지 않기 위해 짜낸 제작사의 속셈에 모두가 당한 꼴이었다.
[구제법 있나?] 아쉽게도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다. A제작사가 등급서류로 다음 출연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것도 아니고 정황상 추천서에 불과한 상태라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인 배우들에게도 과실을 물을 수 있다. 법적인 구제가 쉽지는 않지만 출연료 지급 소송을 하면서 이 서류 자체가 허위였다는 걸 증명한다면 수락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순 있다. 또한 사기에 해당되는 부분이 밝혀지면 출연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사례2. 캐스팅 디렉터의 권력 남용, 여배우 A 허벅지까지 쓰다듬다?
단역 배우 B는 배우인 여자 친구 C와 함께 캐스팅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돌리러 갔다가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여자 친구가 에이전시에 들어간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보니 캐스팅 디렉터가 권위를 이용해 C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성적인 수준의 농담을 던지고 있었던 것. 을의 위치였던 C가 어쩔 수 없이 받아주고 있는 광경을 본 B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그저 C를 끌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에이전시와 다시는 안보면 되지만 싸움이 붙었다가는 좁은 업계에서 어떤 소문이 돌지 몰랐기 때문이다.
[구제법 있나?] 이 상황은 성추행에 해당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신고한다면 폭행 및 협박 혐의로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례3. 신인배우 D 무료 출연, 알고 보니 매니저가 출연료를 ‘홀랑’?
신인배우 D는 최근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그동안 작품에 무료로 출연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매니저가 그 출연료를 캐스팅 디렉터에게 모두 갖다 받치려 했다는 것.
사연은 이랬다. 인지도 없는 D를 꽂기 위해선 로비가 필요하다는 매니저 판단 하에 캐스팅 디렉터에게 출연만 시켜주면 출연료를 모두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물론 캐스팅 디렉터는 이 황당한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를 안 D는 매니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물론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서에는 모든 권리를 위임한다고 기재됐지만 계속 함께가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구제법 있나] 위임 계약 위반 혐의 정도는 물을 수 있지만 피해 사실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인 구제가 애매한 케이스다. 만약 그 돈을 캐스팅 디렉터에게 줬다고 해도 D가 무료로 생각하고 승낙한 거라 애초에 받아야 할 돈이라는 의미가 적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출연료를 밟기 위해 법적 도움을 밟기는 어렵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