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에는 등급이 존재하는데 이 놈의 등급 때문에 관객층이 좌지우지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정작 관람해야 될 관객들이 보지 못해 안타까움도 안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영화 등급과 이유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영화들은 확인 받은 등급이 아리송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영화들만을 꼽아 ‘철저하게 편집자 마음대로’ 등급을 매겨본다. 영등위가 주제,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대사, 모방위험을 등급 결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편집자는 모든 건 동일하나 소재를 대비한 주제, 친분표현의 욕설은 허용한 대사, 웃음 코드, 메시지, 소재활용도를 더해 좀 더 자세하게 등급을 매겨보려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4년 6월26일 개봉한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누구나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유쾌하고도 울림 있게 담아냈다. 전개되는 이야기가 다양한 만큼 등장인물들도 매력만점이다.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공명을 시작으로 헬로비너스 유영, 신재하, 김희연, 안재민, 이바울, 김새벽, 정혜인, 이주승 등이 등장해 저마다의 사연을 관객에게 전한다. 이들이 맡은 배역 역시 다양해 골라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랑을 키운 성소수자, 군 입대를 앞두고 연인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남학생, 절박하게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 지망생, 탈북녀, 힙합 뮤지션 지망생, 열심히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아르바이트생, 나이를 묻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나이를 알려주는 자퇴생,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는 그러나 알고 보면 불쌍한 주인, 1+1을 강조하는 손님, 계산 후 마음이 바뀌어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한국인인 손님 등이다.
여러 인물이 각각의 사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누구나 공감이 되며, 친절하게 청소년들의 문제와 고민까지 담았다. 때문에 단연 청소년들이 봤으면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건, 15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초청 당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관객을 만났었는데, 극장 개봉 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무슨 이유로 등급이 변경됐는지는 알 턱이 없다. 그러나 영등위가 지적한 욕설, 비속어의 반복적인 묘사는 영화를 본 관객은 알겠지만, 지극히 현재 청소년들이 내뱉는 그 수준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충분히 내뱉는 욕설, 비속어인 것이다.
거기에 아주 잠시 깜짝 놀랄만한 공포와 위급상황이 나오지만, 이 역시 판타지이거나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욕설과 비속어, 극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단지 대중과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연출을 맡은 김경묵 감독은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청소년이 보길 원했는데 (등급 때문에) 못 봐 아쉽고 안타깝다. 이는 지금의 현실, 청소년을 미개인 취급하는 처사라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욕설도 표현부분에 있어 그 이상이 아니고 수위도 높지 않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납득이 안 간다. 실제적으로 편집해야 될 구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등급에 대해 회의감도 들며 이는 문화예술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는 것 같다. 몇몇의 사람만이 등급 결정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 문제의식을 가져야 될 것 같다”고 당황스런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약물은 ‘낮음’이고, 대사는 저속성 보다는 친분을 표현하는 수단이 더 짙으므로 다른 의미에서 ‘높음’이다. 모방위험은 교복을 입고 태연하게 담배를 사는 청소년들, 진상 손님, 어른에게 말대꾸하는 청소년들이 충분히 있기에 ‘매우높음’이다.
새로 추가된 웃음코드는 ‘보통’이고 메시지는 주제와 마찬가지로 의미가 깊기에 ‘매우높음’이다. 편의점이라는 평범한 장소에 방문하는 손님과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녹아냈으므로 소재활용도는 ‘매우높음’이다. 즉 몇몇 장면 때문에 모방위험이 높지만 그럼에도 메시지와 주제가 착하고, 나오는 욕설과 비속어도 자극적이지 않고 일상 속 언어 수준이기에 모방위험 장면을 조금 수정한다면 ‘15세 관람가’ 등급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