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썸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순한 줄만 알았던 문채원의 변신은 과감하고 신선하다. 그러나 닭살 돋는 멘트의 남발이 한시도 손가락을 펴지 못하게 만든다. 덩달아 몸도 배배꼬게 한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어 답답하고 속상하다. 아닌 줄 알면서도 헷갈리고 흔들린다. 복잡 미묘해도 너무 아리송한 관계 바로 ‘썸’이다. 사귀는 건 아니지만 관계가 애매모호할 때 우리는 ‘썸남썸녀’라고 말한다.
과거를 기준으로 할 때 ‘썸’은 바람이다. 그러나 너도 나도 썸을 타면서 남녀 관계는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만남엔 책임과 희생이 없다. 진정한 사랑도 사라지며 사랑 그 놈 참 어려워졌다.
18년간 우정을 유지한 준수(이승기 분)와 현우(문채원 분)는 스스로 절친이라 부른다. 그러나 남들의 눈에 비친 이들은 100% ‘썸’이다.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고 늘 서로를 챙기며 위한다. 때문에 준수와 현우의 지인들은 “그냥 둘이 사겨라”라고 추천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철저히 우정이라 강조하며 서로를 향한 호감을 무시한다.
우정이라 치기엔 너무도 깊은 우정이라 문제다. 매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공유했다. 간간히 수위 낮은 스킨십도 하지만 “흥분이 안된다”는 현우의 진심에 준수는 무너지고 만다. 특히 준수만이 현우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이 감정이 보통의 자유로운 ‘썸’과는 다르지만 어찌됐던 두 사람은 제대로 썸만을 타고 있다.
청순한 줄만 알았던 문채원은 제대로 반전매력을 뽐낸다. 기상캐스터로 변신한 그는 명랑 쾌활을 시작으로 섹시, 허당까지 소화해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눈물을 보일 땐 이보다 더 찌질할 순 없고 “왜 하필 나를 택했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라고 엄정화 ‘배반의 장미’를 열창할 땐 괜히 구슬퍼진다. 별미는 이승기와의 막춤 페레이드에서 펼쳐진다. 춤을 통해 신선함을 뒤엎는 충격을 안기며 진짜 변신을 알린다. 문채원표 배치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승기는 연기 변신보단 좀 더 엄친아 이미지를 부각시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연기했다. 매번 차이는 남자로 등장하기에 적당히 찌질하며 적당히 준수하다.
변신을 시도한 문채원과 한결같은 이승기의 조합이 자연스럽고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정겹다. 거기에 이서진과 정준영, 리지, 박은지 등의 등장도 반갑다. 새우깡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지닌 이서진은 젠틀한 이미지 그대로 가지고 왔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발하며 버터왕자에 등극했다. 리지와 박은지 역시 튀지도 묻히지도 않고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정준영은 조금 어설프다. 문채원에게 꽂힌 연하남으로 등장해 후반부 꽤 그럴싸한 비중을 갖지만, 그에게 주어진 배역의 무게감이 큰 듯하다. 대사를 치기보단 국어책을 읽는 듯한 말투가 거슬리며 그의 등장을 기점으로 영화 자체가 삐거덕 거린다.
썸이란 소재로 공감과 이해도를 높인 건 물론, 의상 때문에 이슈거리가 되어 논란에 휩싸인 기상캐스터의 일화로 이들의 애환(?)까지 담아 섬세하다. 홍대거리와 가로수길, 이태원 등 청춘들에게 핫한 장소가 등장하기에 빠른 몰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땅의 썸남썸녀를 위한 신선함이 아닌 흔하고 뻔한 해결책이 등장해 아쉽다. 거기에 유독 현우에게만 매섭게 박치는 위기의 연속이 드라마적이지만 너무 지루하며, 그에게 다가가는 뉴페이스의 등장은 공감대만큼 현실적이진 않다. 오는 14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