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기대가 된다. 누구는 ‘추격자’ 때부터, 또 다른 이는 ‘국가대표’, 또는 ‘황해’ 혹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때부터 그의 연기를 계속 기대하게 됐다고 말한다. 잘생겼다는 말보다 개성 강한 외모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외모적인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을 연기하는 데 성공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와 ‘베를린’, ‘의뢰인’ 등에서의 민머리 도적과 베테랑 간첩, 엘리트 변호사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감독 하정우는 조금 다르다. 본인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데뷔작 ‘롤러코스터’에서 개성 강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장난기 가득한 언어유희, 유머러스한 상황 설정, 빠른 템포의 극 전개 등 “그래, 이게 ‘하정우스러움’이구나!”라는 걸 알게 했다. 하지만 관객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데는 아쉽게 실패했다.
2번째 연출작 ‘허삼관’에서도 하정우는 본인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롤러코스터’ 만큼은 아니지만 ‘하정우스러움’이 드러난다. 중국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해 만든 영화는 우리나라 1950~60년대로 상황과 설정으로 바꾸고, 피를 팔아 가족을 지켜낸다는 원작과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지만, 하정우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진중한 듯하면서도 웃기고, 웃기면서도 또 진지한 모습이 감독이자 배우 하정우의 모습이다. 진지함 속에 묻어난 유머러스함,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현실 속 그의 매력이다. 피에로는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다른 모습도 존재한다. 누구나가 마찬가지겠지만, 하정우 역시 본 모습은 감추고 캐릭터화됐다. 하지만 연출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허삼관’에서도 자기 개성을 없는 듯 묻어나게 했다. 그러면서 한 방을 터트리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후반부 ‘부성애 코드’다. 앞서 흥행한 ‘국제시장’으로 그 코드를 빼앗겨 강도가 높게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또 다른 측면으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줬다. 그 과정을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타협해 이뤄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롤러코스터’에서처럼 카메라 뒤가 아닌, 카메라 앞의 하정우를 관객이 보고 싶어 했는지를 간파한 듯 정말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하정우의 팬이라면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원작 소설을 읽어 본 이와 아닌 이의 체감온도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하정우는 글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무한대의 영역을 영상으로 나름 적절하게 담아냈다. 보편성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관객의 반응도 그닥 나쁘지는 않다.
한편 ‘허삼관’은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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