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비가 약 3년 만에 돌아왔다.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주민번호 앞자리를 앨범명으로 내세웠다. 최근 발표된 그의 미니앨범 '820211'이다. 타이틀곡 '그사람'을 비롯해 여러 곡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화요비는 얼마 전 연말 콘서트 당시 노래하다가 갑자기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에는 SBS 음악 방송 프로그램 '인기가요'에 출연했다가 때아닌 가창력 논란에 휩싸였다.
가수로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줄 알기에 비아냥 보다는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성대 (2007년 종양 제거) 수술 후 고음처리가 불안하다. 예전의 화요비가 아니다'는 평가는 어쩔 수 없다. 데뷔 15년차 가수 화요비에게는 달갑지 않은 지적이다.
"그런 말씀 많이 들어요. 제 예전 목소리를 좋아했고 그 인상을 너무 강하게 갖고 계신 분들은 지금이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죠.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데뷔 당시) 18세 때 멋 모르고 질러댄 고음은 이제 하고 싶지 않아요. 수술은 잘 되서 오히려 목소리는 맑고 깨끗해졌어요."
연륜이 쌓이면서 창법, 톤, 음악적 지향점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게 화요비의 말이다. 실제로 화요비는 KBS2 '불후의 명곡' 등에서 녹슬지않은 음악적 역량을 뽐낸 바 있다. 몇 차례 실수가 유난히 부각됐다.
"(고음이) 안 되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 자체가 조금 웃기죠.(웃음) 제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고요. 가창력에 대한 왈가왈부 자체가 씁쓸하죠. 어렸을 때에는 테크닉과 고음에 치중했다면 2·3집부터는 톤과 가사를 중요시하는 음악을 선호해 왔어요. 제게 맞는 음악을 계속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사람'은 떠올리면 아프고 그리운 이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무대를 그리워했던 화요비와도 맞물려 있다. '겨울..그리고 또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아픔을 다독인다. '서른셋, 일기'와 '마주보기'는 상처와 슬픔을 치유하는 노래다.
"좋지 않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목표도 없었다면 순신간에 제가 다 무너질 수 있었던 시기, 음악은 유일한 제 희망입니다. 노래·작사·작곡 공연 등 음악에 관한 모든 활동에 대한 열의가 더 생겨요. 집착에 가까운 절박함이 다행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화요비는 전(前) 소속사 대표와 법적 분쟁 중이다. 화요비는 전 소속사 대표가 10억 원 투자계약과 관련한 사문서를 위조했다며 지난 8월 그를 고소한 바 있다. 화요비는 "A씨가 자신도 모르게 인장을 위조, 본인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그에 따른 투자금 변제에 책임을 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순수하고 엉뚱한 4차원 소녀' 이미지의 화요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저 좀 많이 달라져 보이나요? 여전히 나이에 비해 철이 없는 건 똑같은데, 그래도 이제는 말과 행동에 앞서 그에 따른 반응을 미리 생각하고 인지해요.(웃음) 예전에는 알면서도 경험하고 싶어 '저지르던' 호기심도 좀 줄었고, 꽤 이성적이 됐죠. 그렇다고 아직 어른이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수로서는 초심으로 돌아간걸요."
화요비의 마음은 '봄날'을 향해 있다. 그는 "오랜만의 활동인 만큼 가능한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공연도 올 봄쯤 재개할 계획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그는 "힘든 건 힘든 거고 연애는 연애다. 사랑에 기대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앨범 활동이 시급하니 활동하면서 (남자를) 물색하다가 봄쯤 되면 시작해야겠다"며 웃었다.
"목소리 듣고 싶어/ 미치게 화내고 웃었던 추억('그사람' 노랫말)은 뒤로 한 채/ 아픔과 상처를 마주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그대 없이는 한 걸음도 의미가 없는 순간('마주보기' 노랫말)이 또 오겠죠? 사랑도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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