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시즌3’의 첫 방송을 앞두고 음악 팬들의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MBC 측은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철통 보안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 기자간담회 전부터 7명의 가수 명단이 모두 공개돼 김이 샜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팬이 많아 프로그램의 화제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존의 포맷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지속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다양성을 추구한 가수들 명단이 희망적이긴 하다.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진행된 ‘나는 가수다 시즌3’ 기자간담회. 이날 경연자로 나설 총 7명의 가수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스윗소로우, 하동균, 이수, 효린, 양파, 소찬휘, 박정현이 주인공이다.
가수들은 하나같이 “출연 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최연장자 소찬휘는 후배와의 단합이 우선 과제로 꼽았다. 하동균은 익히 알려진 음악성과는 다른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일종의 모험이다. 그는 열심히 하겠다고만 간단히 소감을 밝혔다. 스윗소로우는 ‘나가수’ 역대 최초 보컬그룹으로서 새로운 도전에 임한다. 양파는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효린은 다소 격했다. 그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뒤 ‘급 논란’이 불거졌다. 효린이 어떻게 ‘나가수’에 출연할 자격이 되느냐는 일각의 지적이었다. 효린은 “작년 추석 특집 편에 출연했을 때에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며 “굉장한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나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씨스타로 활동하면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을 KBS ‘불후의 명곡’에서 많이 보여줬다. 그때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며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논란의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이수다. 그는 지난 2009년 미성년자 성매수 협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었다. 이수는 “2009년 이후 첫 방송이다. ‘나가수’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것에 집중되지 않고 가수의 노래에만 집중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며 “노래로 대중을 만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하겠다는 말 보다는, 프로그램에 폐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영선 PD는 “‘나가수’ 경연에 탈락이 없다면 과연 ‘나가수’일까? 내부 논의 끝에 탈락 제도는 없애지 않았다”며 “대신 뮤지션들이 그런 부담을 떨칠 수 있도록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배려했다. 가령 ‘나만 아는 나의 노래’와 같은 주제들을 주는 거다.뮤지션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간의 자율’을 보장한다고 해서 섭외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시즌1, 시즌2를 비롯해 이번에도 캐스팅은 난항이었다. 출연 약속을 했다가 엎은 가수가 많고, 오랜 고민 끝에 고사하는 경우는 수두룩했다.
강 PD는 “‘나가수’는 워낙 변수가 많다. 이번에는 짜임새 있게 13회 안에 결과물을 만들고 웃으면서 끝내고 싶다. 오래 끌면 가수들도 지친다”며 “다채로운 보컬리스트가 포진했기 때문에 볼거리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진 변화를 최소화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단기간 집중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한 가지 장애물이 더 있다. 편성 시간이다. ‘나가수3’은 금요일 밤 10에 자리했다. 이 시간에는 SBS ‘정글의 법칙’, tvN ‘삼시세끼’와 경쟁해야 한다. 모두 콘셉트가 다르긴 하지만 예능 요소가 가장 적은 게 ‘나가수3’이다.
강 PD는 “금요일 밤 10시에 음악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즌1과 시즌2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화제성과 시청률이 낮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스윗소로우는 “전례 없는 보컬그룹의 등장이라는 점, 폭발적인 가창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때문에 출연을 고민했는데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말에 설득됐다”며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가수도 있다는 것을 ‘나가수’를 통해 알리고 싶다
하동균은 “익히 알려진 내 히트곡과 지금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확연히 다르다. 나의 새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나가수’라고 생각한다. 등수나 탈락은 생각지 않겠다”며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음악에 쉽고 어려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음악과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 있다면, 익숙하지 않은 음악도 좋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양파는 “탈락이나 생존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 모습 그대로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애송이의 사랑’이라는 곡은 나에겐 짝사랑과 같은 존재다. 언젠가 이 곡을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지금 왔다”며 “90년대 음악 열풍으로 내 이름이 많이 회자되는데, 지난 음악이라고 해서 촌스러운 것은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가수3’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첫 녹화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나가수3’이 세간의 우려를 씻어내고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음악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