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달빛 요정과 소녀’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곡으로 꾸며지는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절룩거리네’ ‘슬픔은 나의 힘’ ‘친구’ ‘도토리’ ‘나의 노래’ 등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와 故 이진원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먹먹한 감정을 자아낸다.
라디오 DJ 진행으로 시작되는 ‘달빛 요정과 소녀’는 마치 보이는 라디오를 보고 있는 듯하다. DJ는 2014년을 되돌아보듯 “연초에 세운 계획은 잘 지켰는가” “올해는 세월호 사고부터 다사다난했는데, 내년부터는 담뱃값이 인상 된다더라”고 말해 청취자들과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어, DJ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선곡하며, 청취자들의 지친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과정에서 프레임은 DJ에서 SOS 생명의 전화 상담원 은주와 자살을 시도하려는 고등학생 아리영에게 옮겨진다. 아리영은 은주에게 자신의 존재를 무의미하다며,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토로하고, 은주는 그를 회유한다.
아리영을 찾아 건물 옥상으로 다다른 은주는 아리영과 이진원을 만나며, 이들이 같은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 부분이 다소 몽환적이긴 하지만, 마치 라디오가 이들을 엮어준 매개체가 된 듯하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마음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에는 음원 수익금에 대한 통탄이 담긴 ‘도토리’,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이 나타난 ‘달려간다’, 무명가수의 설움이 담긴 ‘치킨런’ 등 이진원의 자조 섞인 푸념과 끓어오르는 음색은 박 훈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또, 아리영 역을 맡은 김소정의 다듬어지지 않은 시원한 음색은 박 훈과 적절히 어우러져 곡을 완성한다.
특히 자살하려고 하지만 누구보다 살고 싶어하는 아리영의 마음이 담긴 “제 얘기 좀 들어줄래요?”, 자살이 아닌 삶을 선택한 아리영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은주의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누구나 다 힘들어”라고 지친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이진원 등의 대사는 신나는 음에 가슴을 후비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전의 곡과 어우려져 힘을 더한다.
절망과 포기라는 단어에 휩싸인 청춘들에게 막연한 빛을 제시하기보다는 모두가 그렇다고, 묵묵하게 응원해주는 이진원의 접근은 ‘달빛요정과 소녀’에게서도 느껴진다. 절망을 노래하지만, 이는 공감을 자아내며 희망으로 재탄생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로 한 번 쯤 지친 영혼을 달랬던 이들이라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며, 몰랐던 이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힐링곡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한편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오는 2월8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되며 박해준, 김소진, 박 훈, 김소정이 출연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