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에는 등급이 존재하는데 이 놈의 등급 때문에 관객층이 좌지우지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정작 관람해야 될 관객들이 보지 못해 안타까움도 안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영화 등급과 이유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영화들은 확인 받은 등급이 아리송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영화들만을 꼽아 ‘철저하게 편집자 마음대로’ 등급을 매겨본다. 영등위가 주제,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대사, 모방위험을 등급 결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편집자는 모든 건 동일하나 소재를 대비한 주제, 친분표현의 욕설은 허용한 대사, 웃음 코드, 메시지, 소재활용도를 더해 좀 더 자세하게 등급을 매겨보려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길을 잃은 아름다운 새를 뜻하는 ‘미조’. 제목의 뜻처럼 정말로 개봉을 향한 길을 잃어버렸었다. 이미 알만한 관객들은 알겠지만 영화 ‘미조’는 여러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었다. 때문에 극장 개봉이 불투명해졌고 재심의를 거쳐 결국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초반만큼 대중의 관심은 뜨겁지 않았고 너무 먼 길을 돌아 개봉을 맞았기에 감독과 제작진, 배우, 관객 모두 지쳐버렸다.
계획대로라면 ‘미조’는 2014년 5월22일 개봉됐어야했다. 그러나 돌연 5월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총 7가지 장면에 대한 지적과 폭력성의 수위가 높고 설정 등이 사회윤리에 어긋나며 선정성, 폭력성, 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버림받은 아이가 친부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것과 여자로써 접근해 사랑하게 만들고 죽음으로써 복수를 한다는 설정 자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 왜곡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건 일본에선 오리지널 버전으로 그대로 상영됐다는 점이다. 거기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때는 물론 언론배급시사회 때도 그대로 상영됐다. 그러나 왜 극장 개봉을 앞두고 돌연 이 같은 등급을 받아 개봉이 삐거덕 거리는지 여전히 의심덩어리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소 수정된 버전으로 2014년 10월2일 개봉했다. 그러나 ‘난도질’ 당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된 것이나 다름없다.
영등위에 따르면 ‘미조’는 주제와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은 ‘높음’이고 약물은 ‘다소높음’이다. 영상의 표현에 있어 폭력적인 부분은 자극적이며 거칠게 표현되고 있고 그 외 선정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 및 주제 부분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조’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맞다. 그러나 전주국제영화제와 언론배급시사회에선 오리지널 전으로 개봉됐었는데 굳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이를 설명할 이유도 적절하게 제시되지 않아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한 모방위험도가 높다고 했지만 버림받은 딸이 아버지를 찾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희귀하기에 1%의 모방위험도가 없다.
결국 여러 번의 제한상영가 등급과 수정 후 재심의, 예정보다 늦춰진 개봉일 등이 초반 ‘미조’를 향한 모두의 관심을 철저하게 밟은 셈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영등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