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뿐, 충무로에는 수많은 영화감독과 신인 배우들이 존재한다. 독창적인 연출력과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기력에도 그놈의 ‘대중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아 그저 아쉬운 상황. 대중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한 이들을 소개함으로서 존재를 알리고 한국영화의 발전 가능성까지 널리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이를 테면 영화 속 내용은 허구지만, 내가 표현하는 배역만큼은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하게 그려내고 싶다.”
전형적인 동양의 미를 품은 듯한 외모가 친근하고 편안하다. 거기에 신인임에도 꽤 많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며 일찌감치 독립, 다양성영화계에서는 ‘단편영화계의 전도연’으로 불리고 있다. 이는 단지 외모가 주는 신비로움만이 아니라, 맡은 배역을 무섭게 소화해내는 박소담의 연기력도 애칭에 한몫 거둔 셈이다.
배우 박소담은 1991년 생으로 양띠다. 2015년(을미년) 자신의 해를 맞은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사도’ ‘베테랑’ ‘소녀’를 통해 대중을 만나게 됐다. 이미 ‘사도’와 ‘베테랑’은 관객과 언론에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어 작품 속 그의 활약이 궁금하다.
“‘수지’를 촬영할 때는 최대한 좁은 공간에서 어떤 액션을 했을 때 효율적이며 더 큰 효과를 줄까 고민이 많았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편했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기에 종합격투기를 하는 수지 역을 소화함에 있어 수월했다. (웃음) ‘사도’ 리딩 때 송강호와 유아인 선배님이 실제처럼 리딩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도 됐지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게 됐다. 현장에서도 역시 감탄을 일으킬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시더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들이 대단해 얼떨떨하다. 그러나 최대한 연기 외의 다른 생각은 버리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했다. 엄청 떨리고 설?�쨉�폐를 끼치지 않고 잘했는지 모르겠다. 선배들이 잘 챙겨줬다. 정말 감사하다. (웃음) 독립, 단편영화 경험만 있던 내가 세 달간의 긴 호흡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 이미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배우와 감독님이 편한 분위기를 이끌어줘서 나 역시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아직 알만한 관객만 아는 신예지만 이미 쟁쟁한 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고, 2015년에는 같은 듯 다른 캐릭터로 관객에게 다가가게 됐다. 전과 달리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며 대중성 또한 높이게 될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1년이 되는 시점인데 작년에 촬영한 영화들이 올해 연달아 개봉하게 됐다. 영화를 촬영한 작년도 내겐 중요하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평가받는 올해가 조심스럽고 욕심이 난다. 기대도 되면서 걱정도 많다. 2015년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좋은 연기 선배들을 만나 함께 연기하고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설렌다.”
동양의 미를 품었지만 박소담은 베이비페이스에 가깝다. 예쁜나이 25살이지만 동안외모이기에 또한 그가 맡아온 배역이 고등학생이 많아서인지 그저 순수하고 여리게만 보인다. 너무 착하고 어리게 보이기에 캐릭터 소화에 제한이 있을 것만 같지만, 화장법과 의상에 따라 천의 얼굴을 띄기에 이 같은 걱정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화장법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얼굴이다. 그래서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얼굴이라 생각한다. (웃음) 사실 처음에는 예쁜 사람들이 많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많은 모니터링을 통해 매력적인 얼굴이라는 용기를 얻었다. 또한 감독님들로부터 ‘연기도 연기지만 얼굴이 화려하고 전형적이지 않아 많은 걸 담을 수 있어 좋다’는 말을 듣곤 한다. 내 얼굴이 다소 밋밋할 순 있지만 인물이 처한 상황과 연기적인 표현, 분장 등으로 충분히 다양한 부분을 표현할 수 있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이랄까. (웃음)”
“내가 주로 여고생 역을 많이 연기했다. ‘수지’ 때도 그렇고 개봉예정인 ‘소녀’에서도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그러나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인물이다. 과거에 연기한 여고생과는 또 다른 이미지가 느껴질 것이며 좀 더 내면적인 연기를 중심에 뒀다. 보기엔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캐릭터다. 스스로도 이전에 비해 성숙해진 것을 느꼈다. ‘사도’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얄미운 역을 맡았다. 이준익 감독님이 내 얼굴과 눈을 좋게 봐주셨다. 내게 ‘조선의 얼굴이자 조선의 눈’이라고 칭찬해주셨고 ‘얼굴이 착하기 때문에 나쁜 연기를 해도 그렇게 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베테랑’에선 앳된 막내 신인 여배우 역인데 캐스팅 당시 딱 내 실제 상황과 닮았다. 그래서 몰입이 쉬웠다. 이 작품에서 화장법에 따라 달라지는 날 느끼게 될 것이다.”
아직 많은 부분을 보고 느끼고 배워야 되는 박소담은 단편, 독립영화를 찍을 때 감독님과 충분히 배역에 대해 소통했다. 이는 감독님의 연출 의도만을 따른다기보다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기 철학은 명확했고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 역시 정확했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많은 이들의 생각을 공유하면 더 좋은 장면이 나온다. 몰입하기도 쉬워진다. 최대한 연기력은 밑바탕에 단연 깔려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현장에서도 바로 몰입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가야 된다. 배역에 접근할 땐 공감대를 느끼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찾을 때도 있다. 나 역시 아직 박소담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웃음) 누구를 대하고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에 대한 인물의 기초적인 부분은 늘 깔고 연기를 하려 한다.”
“우선 전도연 선배님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우상이다. 단편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붙여진 것 같아 힘이 난다. (웃음) 지금보다 앞으로 박소담에 대해 보여드릴 게 더 많다.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박소담을 동떨어진 인물로 보기보단, 친근하고 친숙하게 봤으면 좋겠다. 작품은 허구일지라도 그 안에 움직이는 캐릭터는 현실 어딘가에서 볼 법한 친근한 인물이었으면 한다. 이를 느끼게끔 하는 배우가 나였으면 한다. 지켜봐 달라.”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