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한국 리얼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가 턱밑까지 올라왔다.
리얼 버라이어티란 이유로 출연진이 먹고 자고 농담하는 걸 보는 것에 시청자가 점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 비슷한 콘셉트가 포화된 국내 방송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새로운 대안은 무엇일까.
SBS 스페셜 ‘쇼에서 세상을 묻다’ 김종일 PD와 배우 박재민은 해답은 아니지만 다양한 해결법을 눈과 귀에 직접 담아왔다. 지난 10개월간 노르웨이, 레바논, 네덜란드 등 각국을 돌며 해외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고 국내와 차이점을 몸소 깨달았던 것. 최근 MBN스타와 만난 이들에게 그 해답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 “TV 쇼는 그 사회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
김종일 PD는 거의 1년 정도 이 프로그램에 매달린 이유로 “TV쇼는 그 사회 욕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각 나라 문화적 차이나 특징을 TV 쇼만 들여다보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했어요. 그리고 4월쯤 각국 대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고 공문을 보냈죠. 노르웨이, 레바논, 네덜란드에서 허락이 떨어졌고, 미국과 일본은 반려됐고요. 직접 현지에 가보니 정말 신세계더라고요. 네덜란드는 방송이 굉장히 오픈돼서 실제 출연자가 방송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성, 마약에 관한 수위 높은 얘기도 직설적으로 나누죠. 깜짝 놀랐어요.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시간대였는데 어떻게 저런 방송이 가능한가. 그런데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쇼를 이해함으로써 그 나라 문화를 살필 수 있겠더라고요.”
각국을 돌기위해 박재민과 의기투합은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외국어에 능통하고 비보잉, 노래, 예능 감각까지 다재다능한 그였기에 낯선 해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펼칠 수 있었다며 김종일 PD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박재민이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제겐 굉장히 흥분된 제안이었죠. 동시에 ‘SBS 스페셜’이란 타이틀이 주는 느낌이 부담되기도 했고요. ‘교양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지?’란 생각도 했죠.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어요.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많이 배려해주셨거든요. 방송인으로서 한번쯤은 꿈꿀만한 해외 무대를 SBS 덕분에 강제 진출할 수 있었죠. 하하”
◇ 다 벗고, 다 보여주는 TV쇼 “충격 이상의 충격”
“충격 이상의 충격이었어요.”
네덜란드 쇼의 한 코너 ‘진실게임’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박재민의 단 한마디가 날아들었다. 당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방송에서 벌주로 보드카를 마신다는 구성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 질문 수위가 “동성과 성관계한 적 있느냐” “마약 경험이 있느냐” 등 다소 높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이번 방송에도 박재민의 이런 놀라는 반응들을 그대로 담아냈지만 국내 정서상 편집하고 모자이크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종일 PD가 속내를 내비쳤다.
“그들은 굉장히 자유롭게 방송에 임했지만 저희는 편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실제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장면도 편집하고 말았죠.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니 뺄 수밖에 없었어요.”
↑ 사진 제공=SBS |
해외 문물이 언제나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박재민은 국내에 도입하고 싶은 콘셉트도 분명 있었다고 말한다. 바로 노르웨이의 슬로우 TV 콘셉트로 광고 한 편 없이 최대 6박7일까지 생방송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벗고 선정적인 게 자극적일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슬로우 TV 콘셉트가 인간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가장 자극적인 포맷이에요. 처음엔 지루한 것 같더라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전두엽 어느 부분이 찌릿찌릿하면서 그대로 빨려들거든요. 저도 찬송가 60시간 부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 속에 재밌는 요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전부 심심하니 작은 자극 하나에도 눈이 확 가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를 듣던 김종일 PD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우리나라 프로그램엔 자막과 인위적인 편집이 정말 많아요. 해석의 권한을 시청자에게 줘야하는데 제작진이 개 한 마리에도 자막을 주며 웃음 포인트를 정해버리는 거죠. 그러나 유럽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슬로우 TV도 관객에게 화두만 던질 뿐 해석은 시청자 몫으로 남겨두죠.”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런 방법이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계를 해결할 단서가 되겠느냐는 질문엔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색다른 볼거리와 TV 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TV가 바보상자가 될 수박에 없는 이유는 이처럼 대답을 제시하기 때문이에요. PD 센스와 개그 코드가 흥행의 기준이 되잖아요? 시사 문제를 시청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던져주기만 하는 물음표 같은 방송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박재민)
한편 SBS 스페셜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네덜란드, 레바논, 노르웨이 등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 TV쇼를 박재민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을 담은 교양프로그램이다. 오는 8일과 15일 2부작에 걸쳐 TV쇼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본다. 8일 오후 11시15분 첫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