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다음에 잘 한다는 말, 믿지 말랬잖아!”
2004년, 배우 전지현의 CF 멘트 하나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쌍두마차의 명암이 엇갈렸다. ‘경쟁사 킬러’로 불릴 정도로 광고계의 영향력이 컸던 전지현의 광고 효과는 요즘 말로 ‘어마무시’했고, 네이버가 다음을 제치고 포털 사이트 1위로 거듭나게 한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난 네이버 카페로 간다’는 내레이션으로, 다음을 떠나 네이버로 옮겨가는듯한 내용을 그린 전지현의 ‘네이버 카페iN’ 광고 하나로 네이버는 방문자수가 2배로 뛰어 올랐고 공격적인 ‘지식인’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을 더해 비로소 네이버 시대를 열었다.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광고 유형인만큼, 까다로운 제약이 있음에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하는 기준의 모호함과 경쟁사를 비방하는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아 기업 간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KCC 광고는 경쟁사를 비방해 방송중단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작년 9월부터 방영된 KCC 광고에는 좋은 창호를 고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인은 모른다, 홈씨씨인테리어는 안다’는 표현이 사용됐다. KCC는 ‘지인(知人)’이 아는 사람이란 뜻을 담은 한자어라고 주장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브랜드인 ‘지인(Z:IN)’를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락앤락은 경쟁사인 삼광글라스의 글라스락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락앤락은 ‘높은 온도에서, 혹은 갑자기 차가운 부분에 닿으면 깨지거나 폭발하는 위험천만한 강화유리 용기’라는 내용의 홍보 동영상을 내보냈다. 경쟁 제품인 글라스락이 강화유리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겨냥한 광고로, 락앤락은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실험 영상자료를 인용해 강화유리를 ‘섭씨 204도에서 18분간 가열’해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실험조건은 섭씨 232도에서 80분간 가열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락앤락 측이 강화유리 용기가 열에 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더 낮은 온도에서 더 짧은 시간 안에 깨진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경쟁사의 ‘논란’은 자사에 ‘기회’일 수 있다. 때문에 타사가 일련의 사건으로 논란에 휘말렸을 때 이를 겨냥한 광고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은 최근 경쟁업체인 위메프가 ‘해고 논란’으로 이른바 ‘갑질’ 사건에 휘말리자, 이를 암시하는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티몬은 ‘갑질에 지친 당신께’라는 쇼핑 기획전을 개최한 것. 특히 티몬은 기획전을 소개하는 배너광고에서 위메프를 암시하는 영문자 ‘W’를 크게 배치했다. 앞서 위메프는 영업사원을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서 수습직원들에게 정직원 수준의 업무를 맡기고 2주 뒤 모두 해고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위메프도 ‘전적’이 있다. 작년 3월 공정위는 위메프가 유튜브 동영상 광고를 통해 쿠팡보다 싸게 파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내보냈다며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위메프는 경쟁사 쿠팡을 ‘구빵’ ‘구팔’ 등으로 표현하면서 쿠팡 로고를 노출해 쿠팡을 겨냥했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공식 블로그에 ‘갤럭시노트4는 대둔근의 힘을 견딘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대둔근은 엉덩이 근육을 일컫는 말로, 삼성전자는 영상에서 “우리의 엉덩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지갑과 신용카드, 포크, 스마트폰을 엉덩이(주머니)에 넣고 깔고 앉으면 휜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4는 강하기 때문에 휘지 않는다”고 했다. 휴대전화가 휘어지는, 이른바 아이폰6의 벤드 게이트 논란을 비꼰 셈이다.
이러한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광고 효과 역시 뛰어나다. 실제로 비교광고를 내보낸 뒤 매출액의 상승 효과를 본 사례는 많다.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대놓고 비교하며 경쟁사를 ‘디스’ 함으로써,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내가 남보다 낫다’는 상대적인 비교에서위 우위를 점하는 것이 의외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비교광고가 흔하다. 미국에서는 1972년 연방거래위원회가 비교광고를 허용한 이후 다양한 논쟁과 함께 상용화됐다. 경쟁사를 대놓고 깎아내리는 표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규제가 우리나라처럼 까다롭지 않아 제품 자체를 폄훼하지 않는 선에서는 대부분 허용된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펩시, 맥도날드-버거킹 등이 앞 다투어 서로를 ‘디스’하는 광고 문화는 이미 그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1995년 ‘방송위원회의 광고심의 규정’ 개정으로 방송 광고에서 비교광고가 제도적으로 허용됐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비교광고의 정당성 여부 심사 기준이 되는 ‘비교 표시‧광고에 관한심사지침’을 제정, 시행함에 따라 타사와 비교하는 광고가 원칙적으로 허용됐지만, 자사제품의 우월성을 부당하게 주장하는 광고가 등장함에 따라 2002년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특성을 통한 비교표시를 허용하도록 했다.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