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서 감독, 정성주 작가의 ‘콤비플레이’는 익히 알려졌다. 모든 배우들이 풍문으로 들려온 두 분의 이름만 듣고도 출연을 결심했을 정도다.”
SBS 새 월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감독 안판서, 극본 정성주)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처럼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다.
극 중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이자 이준(한인상)의 아버지인 한정호 역을 맡은 유준상은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따라간다. 촬영이 거듭될수록 이 작품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갑과 을의 화해 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냥 재벌가의 횡포가 아니라 일상 속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센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다.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유호정(최연희 역)은 안판석 감독과 인연이 각별하다. 그는 25년 전 데뷔작에서 당시 조연출이던 안 감독을 만났다. 그때부터 묵묵히 배우들을 챙기는 안 감독의 모습에 감명했다고 한다. 백지연은 이보다 3년 앞서 안 감독과 친구로 연을 맺었다. 백지연은 “배우에 도전하게 된 것도 안 감독의 설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안 감독과 정 작가는 ‘아내의 자격’ ‘밀회’ 등을 통해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장현성(서형식 역)은 이를 두고 “두 사람의 콤비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드라마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화 속 인물은 선악이 분명하다. 갑을 논쟁도 마찬가지로 갑은 나쁘고 을은 착한 서민을 대변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반드시 나쁜 갑’, ‘착하기만 한 을’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양측의 잘못된 점을 풍자하는 게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극의 주요 분수령은 고아성(서봄 역)이 혼전 임신을 하면서 한인상의 집에 들어가는 대목이다. 서봄은 아이를 낳고 엄혹한 냉대와 감시 아래 생활하지만 이 집안의 숨겨진 일들을 알게 된다. ‘아는 것이 힘’인 현실에서 서봄과 한정호-최연희 부부의 ‘갑을 관계’에 어떠한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또한 ‘혼전 임신’ 자체도 하나의 사회 이슈인 만큼 예비 부모 역할을 소화해야할 이준과 고아성의 소감은 남달랐다.
이준은 “친한 후배가 혼전 임신을 겪었던 적이 있어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당시 후배의 표정 자체가 실제 감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아성은 “가정분만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연기했다. 실제 출산 경험이 있는 스태프 분들이 현장을 방문해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안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경제사회학적 계급이 고착화 되고 있다. 계급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다”며 “갑질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을질’도 풍자한다. 주제는 무겁지만 코미디로 풀어낸다. 큰 웃음을 줄 것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