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사고 관련 대처 충분했다” vs “현장서 여전히 소외”
지난해 12월24일 개봉한 영화 ‘기술자들’이 때 아닌 구설에 휘말리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달 8일 한 매체의 단독보도로 인해서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진행된 ‘기술자들’ 촬영 현장에서 유리로 된 스테이지가 무너져 주연 배우와 단역 배우 3명이 떨어져 다쳤다.
당시 단역 배우 중 한 명인 조모 씨는 사고 직후 병원에 가지 못한 채 15시간 이상 촬영을 강행했고, 뒤늦게 다리와 허리, 목 부상으로 전치 24주 진단을 받았다. 조 모 씨는 유리 덮개가 깨질 위험이 있었고, 제작사가 안전 조치를 사전에 하지 않았으며, 사고 대처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작사 측의 입장은 달랐다. 제작사는 사고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부상 배우를 방치한 채 촬영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박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촬영을 중단하고 3명의 배우에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두 사람만 갔고, 고소를 한 단역배우는 ‘괜찮다’ ‘문제없다’며 촬영을 계속하겠다고 말해 간단한 치료 후 향후 문제가 생기면 치료하고 청구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 단역 배우는 다시 제작사 측에 연락을 취했다. 깨진 스테이지의 높이가 50cm 정도로 아주 경미한 사고였는데 전치 24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제작사는 “병원을 지정해주겠으니 치료를 받아라”라고 말했지만 단역배우는 끝까지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고,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검찰에 고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제작사 역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모든 영화 현장에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이러한 사고를 예상할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기술자들’ 현장에 있던 한 단역 연기자 A 씨는 “액션 장면 등 위험한 장면이 일부 있어 모두가 조심했던 현장이다. 위험한 촬영 장면도 있고 출연 인물이 많아서 다들 조심해야겠다. 현장에 있었지만 단역 배우들이 워낙 많아 누가 다친 지도 몰랐다. 나 역시 기사를 통해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단역 배우 B 씨는 조금 다른 생각이었다. B씨는 “우선 단역 배우가 현장에 가면 다들 무관심이다. 기다리는 시간도 매우 길다. ‘기술자들’ 단역 배우 방치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아마 정해진 일정 내에 촬영을 해야 되기에 아마 조치는 빨리 했을 것”이라면서도 “엑스트라는 따로 관리하는 이가 있고 단역은 주로 조연출 막내가 담당한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경을 안 써준다. 과거엔 거의 하나의 소품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영화는 그나마 괜찮지만 드라마는 연기하는 이가 아니라도 모두가 단역을 무시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제작사 측은 이러한 사고의 경우 사고에 대한 대처는 언제가 철두철미하게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영화도 아니고 ‘우리’ 영화를 하는 건데 제작사 측이 준비를 허투루 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기술자들’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 사고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는 다른 직종에 있지만 단역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C 씨는 “단역은 철저하게 외면 받는 존재”라면서 제작사 측이 언급한 ‘배려와 보상’에 대해 반발했다. C 씨는 “단역은 케어를 바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연기를 하고 싶어 단역부터 시작했지만 정식 배우가 되는 길이 너무 험난해 꿈에 대한 열정까지 잃게 됐다”면서 “하지만 한편으로 무시를 받았기에 더 악이 생겨 버텨 꼭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복잡 미묘하다. 매 현장마다 다르고 과거보단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무시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