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줄만 알았던 배우 장미희의 변신에 안방극장이 ‘홀딱’ 빠졌다.
장미희는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극 전환의 핵심 인물이자 죽음을 앞둔 재벌가 사모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불륜 녀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매력으로 미워할 수 없는 오묘한 캐릭터로 맹활약 중이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은 23.8%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쟁작 KBS2 ‘파랑새의 집’에 살짝 밀려 2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선두 위협 1순위. 그녀가 출연 중인 또다른 작품인 KBS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ㆍ연출 유현기) 역시 방송 3회 만에 동시간대 선두를 꿰차며 선전 중이다.
통상 ‘겹치기 출연’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앞서기 마련이지만, 장미희에게는 예외인 듯하다. 오히려 ‘새로운 발견’이라는 찬사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 그녀가 맡고 있는 두 캐릭터 모두 드라마에서 늘상 접하는 ‘시한부’ ‘재벌 사모님’ ‘불륜녀’ 임에도 불구, ‘장미희’라는 배우의 반전을 통해 듣도 보도 못한 신선한 캐릭터로 둔갑했다.
먼저, ‘장미빛 연인들’에서 보여주는 장미희의 말투는 전형적인 ‘재벌가 사모님’의 고상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 비련의 여주인공이던 그는 남편의 불륜을 오해하면서 ‘착한 듯 전혀 착하지 않은’ 캐릭터로 입체감을 입으며 현실감을 더했다. 답답하고 뻔뻔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또 그럴 수 있겠다’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적절하게 녹아내고 있는 것.
그는 극 중 김혜자(순옥)과 앙숙 관계로 품위를 잃지 않는, 스스로 ‘순수하다’고 주장하는 ‘불륜녀’로 등장한다. 시작은 평범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예상치 못한 행동들로 웃음을 주고 있다.
순옥의 딸 현숙(채시라 분)을 위해 그녀를 괴롭힌 자의 머리채는 대담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삐쳤다가 해맑게 셀카봉을 들이대는 엉뚱함도 지녔다. 평생 순옥을 외롭게 만든 장본인이면서도 그와 한 지붕 아래 사는 걸 택하고, 남의 침대에서 속 편하게 잠이 드는 등 앙숙 ‘케미스트리’는 기가 막힐 정도다.
그동안 개성 있는 말투와 변함없는 미모로 장미희에게는 ‘우아한’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 하지만 그 우아함 속에 그녀의 새로운 반전이, 독특한 색깔의 연기 내공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의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좁은 중년 대표 여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양성의 밑거름이 될 개성 있는 신인 배우들의 발굴 흐름에 장미희의 반전은 강력한 활력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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