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 속에서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성숙한 성의식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작년부터 불어 닥친 ‘19금 토크’의 강세는 아직도 여전하다.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에브리원 ‘결혼 터는 남자들’은 기혼 남성 스타들의 솔직한 ‘19금 토크’를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노을 강균성은 혼전순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며 자연스럽게 ‘19금 토크’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불과 2000년 초반만 해도 이런 ‘19금 토크’는 상상할 수 없었다. 1996년 드라마 ‘애인’은 단지 불륜 소재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방영 중 국회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 거론됐다. 2002년 한 기사에서는 “MBC ‘연인들’ ‘위기의 남자들’ 등의 배우 옷차림이 매우 선정적”이라고 지적했으나 어깨를 드러내거나 가슴이 파인 원피스를 가리킨 것이었다. 지금 TV 속의 여배우 혹은 가수들의 옷차림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의 옷이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아예 성(性)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셈이다.
본격적으로 성에 관련된 아이템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은 케이블TV 초창기였다. 2005~6년부터 시작한 올리브 ‘연애불변의 법칙’은 시즌7까지 이어진 인기 프로그램이다. 의뢰인의 연인을 시험하는 콘셉트의 ‘연애불변의 법칙’에는 도움남, 도움녀가 의뢰인의 연인에게 키스를 하고 농도 높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유혹에 빠진 주인공들은 도움남, 도움녀에 스스럼없이 밤을 함께 하자는 뉘앙스의 말을 내뱉어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자연스럽게 ‘연애불변의 법칙’은 지나친 선정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코메디 TV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 또한 남녀가 동거를 하면서 아찔한 수위를 넘나드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채널 CGV의 ‘파이브 걸즈 란제리’는 포르노 수준의 베드신이 등장해 비난을 샀다.
ENT의 ‘백만장자의 쇼핑백-네이키드 스시’는 여성이 알몸으로 누운 채 그 위에 초밥을 올린 모습으로 등장해 충격을 줬다. 여성 진행자에 알몸으로 누운 여성모델의 몸 위 초밥을 집어먹게 한 설정과 도중에 불을 끄고 초밥을 먹게 하면서 모델의 몸 여기저기를 젓가락으로 찌르는 상황 등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왜곡된 성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 시기에는 성이 그저 자극의 요소로 쓰였다. 노골적인 성적 대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포즈 등이 아무런 개연성 없이 등장하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눈요기’를 위한 성적 장면들이 주를 이뤘다. 케이블TV가 막 자리를 잡던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미리 적당한 기준을 마련치 않아 성이 단지 자극적인 요소로만 사용하던 프로그램이 ‘15세 이상 관람가’를 버젓이 달았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이 마련된 후 방송가에서 노골적인 성적 묘사 등의 자극적인 분위기는 잠잠해졌다. 전에는 성 관련 아이템을 그저 자극적으로 그려냈던 방송가는 최근 성숙한 성의식을 기반으로 성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성을 더욱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다루기도 하고,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는 성교육적인 측면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 사진제공=MBC에브리원 |
한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을 전면으로 다루되, 이를 특별하고 자극적이기 않게 녹여냈다. 마치 젊은이들의 대화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포맷으로 더욱 성을 일상과 가깝게 느껴지도록 했다. 이는 그릇된 성생활을 가진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바람직한 성생활은 사랑과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알리기도 한다.
또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는 미혼모, 성폭력 문제들을 다룬다. 자연스럽게 내 몸을 지키는 건강한 성생활을 언급하기도 한다. 극중 강호경(이수경 분)이 콘돔을 들고 “내 몸을 지키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는 더욱 개방적인 성 가치관을 그대로 담는 대사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Mnet 드라마 ‘더 러버’ 같은 경우도 동거 중인 2030 세대의 실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솔직하고 위트있는 모습으로 성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의 몸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 출연자의 모습이 그대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하고, 한 드라마에서는 일명 ‘데이트 강간’을 저지르면서도 이를 사랑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방영하며 아직까지도 그릇된 성의식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남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였다. 성을 그저 자극적 소재로 혹은 그릇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