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net ‘더러버’가 섹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결혼을 하지 못해 동거를 택한 커플들의 현실도 공감대를 자아내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net 목요드라마 ‘더러버’는 동거 커플 4쌍의 일상을 그린 옴니버스 드라마다. 프로그램은 과감하고 위트 있는 ‘19금’ 장면들로 화제에 오르면서 연일 인기 검색어에 오를 만큼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더러버’는 동거라는 파격적 소재와 섹시 코미디를 절묘하게 혼합해 전에 볼 수 없었던 ‘솔직한’ 드라마로 거듭났다. ‘더러버’에는 야광 콘돔을 보면서 “나 이거 쓰고 싶었는데 지금 한 번 써볼까?”라던가 “이 옷을 일본말로 쟈지라고 합니다. 준재도 쟈지 좋아합니까?” 등의 수위 높은 대사들로 가득하다. 과감한 러브신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 사진제공=CJ E&M |
이 때문에 ‘더러버’가 그저 섹시함, 자극에만 집중한 드라마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19금’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건 맞다. 하지만 ‘더러버’에 등장하는 동거 커플들, 특히 류두리(류현경 분)와 오도시(오정세 분) 커플의 사정을 뜯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결혼, 연애, 출산’을 포기한 지금의 ‘삼포세대’ 사정과 많은 부분이 겹치기 때문이다.
극중 오정세와 류현경은 연애 5년차에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 동거 2년차 30대 커플 오도시-류두리로 등장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결혼은 하지 못했다.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서다.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은 항상 동결된다. 그 정점에 놓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오도시와 류두리다.
이들이라고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1회의 오프닝에서 빌라 관리자가 류두리를 향해 “같이 사는 남성 분과 무슨 관계냐”고 계속 헛다리짚는 부분은 동거를 향한 우리네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동거는 ‘이상한’ 주거 형태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 시선 속에는 ‘더럽다’는 편견도 존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오도시-류두리가 동거를 택한 것은 가뜩이나 수입이 일정치 않은 성우와 인터넷 수습기자인 두 사람이 가진 별다른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류두리의 동생(강균성 분)이 “나는 누나가 결혼도 안 했는데 밤마다 저 놈과 그런 짓 하는 게 싫다. 차라리 결혼해라”고 잔소리를 하는 걸 듣고도 류두리가 못 들은 척 그가 가져온 반찬만 집어먹는 모습은 이런 전후사정을 알고 나면 어딘지 씁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대해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태은 PD는 “20대에 입사를 해서 어언 30대 중반이다. 저처럼 Mnet을 보면서 자란 2030세대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동거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며 “소소하고 그래서 더 특별한 일상을 풀어내고 싶었는데 동거라는 배경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더욱 심도 있고 공감대를 높여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은 PD의 말처럼 이들의 동거가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랑을 제일 먼저 앞세울 수 없는, 즉 현실의 상황을 제일 먼저 두고 이에 맞게 사랑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담겼기 때문이다. 극중 부모님의 동의하에 동거를 하고 있는 박환종(박종환 분)과 하설은(하은설 분)도 당장 결혼하고 싶지만 재개발 중인 아파트가 완공된 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동거 커플이다. 이들도 따지고 보면 ‘집’을 위해 ‘결혼’을 미룬 경우다. 현실에 사랑을 맞춘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타쿠야(타쿠야 분)와 이준재(이재준 분)도 월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했다가 함께 살게 됐다. ‘섹시 판타지’로 보이는 이들의 동거는 사실 뜯어보면 가장 현실적인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러버’ 속의 커플들은 때로는 슬퍼 보이기도 한다. 씁쓸한 현실 속에서 최선을 선택하지 못해 차선을 선택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