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영화 ‘헬머니’는 일진 고등학생부터 디스 전문래퍼, 자갈치 할매, 욕쟁이 경찰, 지하철 막말녀 등 전국 각지 욕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레전드를 가리는 욕배틀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세상사는 맛을 욕 안에 모두 녹여낸 무대를 선보인 헬머니(김수미 분)가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고 본격적인 욕 서바이벌을 펼친다.
‘헬머니’는 김수미가 주연으로 출연해 거침없는 욕을 퍼붓는다는 자체만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김수미 덕에 손익분기점 63만명에 가까운 5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욕과 신파로 끝난 스토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 “김수미에 바치는 영화라면 성공적”
최준용 기자(이하 최)=영화가 맥이 끊기고 지루하다. 집중이 안 됐다. 김수미가 나오는 부분은 재밌고 괜찮은 데 이외에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김수미는 다른 작품에서는 욕을 하면서 강렬하게 치고 빠진다.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시선을 강렬하게 뺏는 촌철살인의 대사를 하는 게 강점이다. ‘헬머니’에서는 김수미의 분량이 많다보니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박정선 기자(이하 박)=재밌게 봤다. 김수미의 특유의 욕이 시선을 놓칠 수 없게 만들더라. 다른 사람들도 제 몫은 해 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수미의 분량이 워낙 많으니 비중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건 있는 듯하다. 또 한국 특유의 전형적인 신파가 진부했다.
여수정 기자(이하 여)=그냥 재미가 없었다. 왜 돈을 내면서 욕하는 걸 봐야 되는지 의문이었다. 김수미 말고는 돋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억지스러운 상황설정이 김수미를 위해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다. 김수미가 마지막으로 한 번 제대로 놀았구나 싶었다.
정예인 기자(이하 정)=솔직히 돈 내고 볼 영화는 아니다. 물론 김수미의 연기력과 너스레는 다른 어떤 배우보다 탁월했지만, 그 모습만 보기에는 민망했다. 욕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진 것도 있다. 특히 결론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가족주의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진부함의 극치였다.
유명준 기자(이하 유)=뻔한 신파가 눈에 보인다. 중반 정도에서 사장이 김수미를 눈여겨 볼 때부터 도와주겠다 싶었다. 조력자들이 많은 탓에 김수미가 불쌍해보이질 않는다. 언제든 성공 하려면 하겠구나 싶은 설정이다. 때문에 김수미를 둘러싼 인물 관계도가 뒤를 갈수록 지루해지고, 결말이 예측된다. 클라이막스가 없으니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최=김수미를 위한 영화라 치면 성공했다. 52만 명이 김수미를 보러 온 관객이다. 이 관객에 이어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어야 하는데 전파되지 않아 흥행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것이라 생각한다.
◇ “타깃층·콘셉트가 불분명한 점이 패인”
최=욕배틀을 펼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은 김수미의 맞수가 되기엔 너무 약하다. 결승전 상대인 김영옥이 뭐라도 할 줄 알았다. 너무 맥없이 지니까 힘이 빠지더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이도저도 아니었다.
유=차라리 세게 욕을 하거나 제목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헬머니’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콘셉트가 바로 떠올라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제목에 대해 설명을 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난해한 일이다.
박=나는 오히려 제목을 보고 예상이 됐다. 어떤 주제라는 게 느껴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미하면 욕을 한다는 게 뻔하지 않나. 그런 점과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섞어 젊은 세대들의 트랜드를 따라가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난 것은 아이러니했다.
유=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형식만 떼어왔고 욕배틀이 중심이 아닌 것 같다. 결론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욕쟁이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에다 욕배틀이 접목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여=‘헬머니’가 청소년 관람불가로 판정나서 김수미만의 욕이 나오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욕 같지 않는 욕이 나오더라. 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보러갔을 때도 젊은 관객이 없었다. 그나마 있던 젊은 관객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 “갑작스레 등장하는 모정, 흐름 무너뜨려”
정=욕배틀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황당하다. 관객들로 하여금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히 각인시킬 수 있는 콘셉트다. 거기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모정 이야기는 신파로 모든 것을 끝맺으려는 것 같아 허술하다.
유=욕배틀이라는 설정이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는 콘셉트다. 재밌게 만들려고 한 것은 이해하지만, 욕배틀과 모정을 연결 짓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후반부에는 또 한풀이다. 눈에 보이는 설정이 스토리를 산만하게 이끌어간다.
박=영화 자체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 울컥하기도 했다.
유=마지막 장면은 그럴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차라리 을의 입장에서 당하는 사람이 쏟아내는 분노가 중심이 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이야기의 개연성이 없어서 공감대가 점점 떨어졌다. 차라리 모정을 빼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사족이다. 이런 점은 정말 감독의 연출적 역량이 크게 좌우하는 면이다.
유명준 기자,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정예인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