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하 ‘원스 어폰’) 속에 192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의 뒷모습이 담겼다.
‘갱스터 걸작’으로 불리는 ‘원스 어폰’은 뉴욕 빈민가에서 성장한 유태인 출신 소년들이 마피아 보스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그렸다. 어린 시절 좀도둑질하던 소년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친구를 구하다 살인을 저지른 후 체포됐다. 이를 기점으로 그의 삶은 변화한다. 누들스는 친구 맥스(제임스 우즈 분)를 살리기 위해 그를 배신하고, 모든 과거를 뒤로한 채 도망쳤다.
↑ 사진=포스터 |
이후 노인이 된 누들스는 의문의 베일리 장관으로부터 베일리 재단 파티에 초대 받는다. 누들스가 베일리 장관의 정체를 파악하면서부터 조금씩 과거의 일이 들춰지기 시작한다. 그는 베일리 재단 창립 기념사진 속에서 첫 사랑 데보라(엘리자벳 맥거번 분)의 모습을 발견하고 직접 그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자신이 버리고 왔던 과거의 일을 하나 둘씩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원스 어폰’은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세르지오 레노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레오네 감독은 기존의 서부 영화 양식을 뒤튼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로 인기를 끈 이후 서부극을 여타 액션 영화와 접목시키는 등 신선한 시도를 거듭했다. 그 결과물이 ‘원스 어폰’인 셈이다. 레오네 감독은 ‘원스 어폰’ 속에 미국 마피아를 정면으로 내세우면서 1920년대 미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레오네 감독은 ‘원스 어폰’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선보인 ‘원스 어폰’은 229분짜리 판본으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스 어폰’의 비극은 이 때부터였다.
↑ 사진=원스어폰 스틸컷 |
‘원스 어폰’은 미국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의 무차별적인 편집을 당했다. 당시 제작사는 미국의 상영 여건 상 229분은 너무 길다고 주장하며 ‘원스 어폰’을 139분짜리 편집본으로 재탄생(?시켰다. 가편집 분량이 10여 시간에 달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긴 길이로 유명한 작품이 2시간 남짓하게 편집되면서 중요 내용은 모두 잘려나갔고, 결국 혹평이란 혹평은 모두 받아야 했다.
이번에 국내 개봉하는 ‘원스 어폰’은 칸에서 선보인 229분 판본에 20여분이 추가된 251분짜리 감독 확장판이다. 때문에 레오네 감독이 의도했던 거대한 시간적 흐름을 담아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편집되면서 사라졌던 촬영분과 분실된 것으로 여겨졌던 장면 모두 4K(UHD·초고해상도)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라진 필름이 돌아오고 화질도 선명하게 변하고 나니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욱 선명히 들린다. 영화 음악 감독계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는 ‘데보라 테마’ ‘차일드 후드 메모리’ ‘아마폴라’ 등 각 장면에 어울리는 곡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배가 시킨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엔니오 모리꼬네가 힘을 모은 ‘원스 어폰’은 4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할 틈 없는 스토리로 가득 메운다. 소년 시절 누들스는 자유로움의 표상으로, 노인이 된 누들스는 삶의 회한을 드러내며 절로 경건한 마음을 들게 한다. 오는 9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