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 ‘명량’이 개봉해 대박을 터트렸다. 누적관객은 1761만 명으로 한국 영화사상 역대 1위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계열사 영화이기에 CGV가 상영관을 퍼준다는 비난이었다. 대부분의 대박 흥행 영화는 매번 비슷한 불명예를 안는다. CJ 영화라면 그 비난 수위는 더 높다.
CJ CGV가 9일 서울 여의도CGV에서 ‘CGV 편성의 이해: 예측과 조정의 조화’를 주제로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진행, 부정적인 시선과 정면으로 맞섰다.
강경호 CGV 프로그램팀장은 “현재 영화 시장은 스크린을 밀어준다고 해서 관객이 반응하지는 않는다”며 “스크린 숫자가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진 않는다. 콘텐츠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GV는 철저히 관객의 수요를 쫓아가는 방향”이라며 “CJ 영화라고 해서 그 기준을 다르게 가져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강 팀장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고’와 ‘우는 남자’를 실패의 예로 들었다. 두 영화는 CGV가 예측했던 700만명(미스터고)과 300만명(우는 남자)에 훨씬 못 미치는 133만명, 60만명을 기록했다. 강 팀장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우는 남자’에 대해 “내용 없는 액션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결과”라고 인정했다.
반면 올해 초 빅히트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관객의 호응에 상영관이 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 팀장은 이날 CGV의 편성 전략도 공개했다. CGV는 영화 개봉과 관련해 유사 작품 3편의 흥행 실적, 영화 내용, 계절 수요, 경쟁작 상황, 사전 예매, 관객 조사, 시사회 후 반응 등을 고려해 예상 관객 수를 내놓고 편성 전략을 짠다. 배급사와 극장 간 상시 협의 체제도 갖추고 있다.
‘테이큰3’을 예로 들면, 개봉 전 CGV는 ‘테이큰’과 ‘테이큰2’, ‘논스톱’을 유사 작품으로 보고 단계별 과정을 고려해 1차 예상 관객수 244만명을 내놨다. 이후 내부평가와 시사회 반응 등을 반영해 200만명을 예상했다. 실제 ‘테이큰3’은 누적관객 200만6000여명을 모았다. 물론 예측 수치가 매번 맞는 건 아니다. 편성팀과 배급, 극장 간 조정 작업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 팀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의 배급사가 상영관 확보를 위한 문제 제기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팀장은 “당시 CGV는 ‘마이 리틀 히어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개훔방’ 유사 작품으로 보고 25만명으
강 팀장은 또 “지금 영화 시장은 콘텐츠의 힘으로 극장과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CGV 편성 담당자의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단히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 최대한 정밀하게 편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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