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김성근 감독의 실화를 담아낸 영화 ‘파울볼’은 조정래 감독이 시작해 김보경 감독이 마무리했다. 두 감독의 힘은 물론, 실화 자체의 매력과 몰랐던 스포츠 영화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담겨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했다.
고양 원더스의 창단과 갑작스런 해체 때문에 상황이 더욱 다이내믹해졌다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그와 야구에 무관심했던 그녀가 만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쉬운 야구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 사진=MBN스타 DB |
A. 김보경 감독 : 스포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고양 원더스 선수들을 기억하고 누군가 한 선수의 이름을 알게 돼 응원한다면, 그 선수는 더욱 힘을 내서 오랫동안 열심히 야구를 할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건 관심이다. 이를 관객에게 강조하고 싶었다. 처음엔 경기 장면이 많아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 역시 연출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스스로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인물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 부분이 관객의 이해를 돕지 않았을까 싶다.
Q. 김보경 감독도 연출하기 전에는 스포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 않았냐.
A. 김보경 감독 : 나 스스로도 다큐멘터리와 야구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했다. 이걸 가장 먼저 했다. 내가 몰랐기에 나의 입장에서 이해하게끔 담아낸다면 관객도 쉽게 접근할 것이라 생각했다. 과하게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았고 우선 선수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최대한 친분을 쌓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더니 점점 선수들의 특징을 알게 됐고 선수 별로 강조해줘야 될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 소스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남자 제작진이 나와 편집 감독의 의견에 동의를 못하면 앞, 뒤 내용을 수정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따뜻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웃음) 내가 진심으로 궁금한 걸 가져갔고 소스를 보면서 자주자주 내용을 다듬었다.
Q. ‘파울볼’은 다른 영화와 달리 행복한 내용만 담겨있지 않다. 고양 원더스의 창단과 해체가 담겨 의도치 않게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이들의 어려움이 와 닿았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다. 스포츠 영화만의 극적인 상황도 잘 담긴 것 같다.
A. 김보경 감독 : 관객들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무언가가 되지 못했거나, 꿈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들에겐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입장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은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선수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영화 루저였던 내가 야구 루저를 만나서 우리 모두가 루저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아직 실패는 아님을 알게 된 것 이다. 단지 바라는 건 선수들을 볼 때 루저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봐줬으면 한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편한 마음으로 본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쉽게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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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보경 감독 : 사실 조정래 감독님과 나의 방향은 달랐다. 때문에 우리 둘의 톤을 섞는 게 힘들었다. (웃음) 그러나 감독님이 워낙 경기 장면을 잘 찍어줘서 난 인물이 많이 들어가는 편집에 힘을 기울였다. 야구를 안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경기 장면이 많으면 보자마자 힘이 빠질 것 같았다. 나 역시 ‘파울볼’ 연출 전에는 야구를 전혀 몰랐으니까 말이다. (웃음) 하나의 경기가 아니라 성장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
Q.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친해지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그들과 친해져서 그런지 선수들의 심정이 매우 자세하게 담겨있다. 그래서 더욱 인간미가 넘치는 스포츠 영화다.
A. 김보경 감독 : 사회에 대한 고발이나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기 보단, 선수들을 통해 이를 느꼈으면 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중점이라 생각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놓치기 싫어 초반에는 서로 편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속마음을 언급하는 게 내 몫이었다. 해체 소식 후 더욱 빛을 발했는데, 슬픈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더라. 선수들은 물론 팬들과도 가까워졌다. 난 다큐멘터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많은 순간들을 잡아내는 게 우리가 하는 최선의 길인 것 같았다. 여기에 얼마나 투자하고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가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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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정래 감독 : 나는 남자이고 야구에 미쳐있었다. (웃음) 그래서 김보경 감독님이 연출하기 전에는 야구 경기 장면이 매우 많았다. 완성본을 보니 경기와 인물의 심리가 잘 녹아져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 초반에 비해 변화된 선수와 희망이 존재하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이 많이 공감한 것 같다.
Q. 연출자가 직접 밝히는 ‘파울볼’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조정래 감독 : 야구는 인기 스포츠 중 하나 아니냐. (웃음) 개인적으로 ‘파울볼’ 덕분에 야구를 알게 됐고 관심 가지게 됐다는 관람 평을 보면 기쁘고 정말 좋다. 야구를 통해 인생을 알게 됐으면 좋겠고,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로 하여금 용기를 얻고, 이들을 기억하고 제2의 고양 원더스가 생겨나는 데 큰 힘이 되길 바란다.
A. 김보경 감독 :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파트에서 열심히 일하는 데 성과 내는 건 힘들지 않냐. 그럼에도 세상은 잘 될거야 라고 말만한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 역시 스스로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지 않냐. 노력하는 사람에게 희망이 보이는 끝이 있어야 하는데 세상은 도전하라는 말 뿐이다. 매우 안타깝다. 세상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한다. 야구에서도 1군만 있는 게 아니라 2군도 있는데 이를 모르는 이들도 꽤 많더라. 영화 촬영 중 구단의 해체 소식이 들렸고 지인들로부터 ‘왜 그만 두지 않냐, 현시을 깨닫지 못하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정말 화가 났다. 선수들이 처한 상황이 마음 아팠지만, ‘야구가 좋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기 싫은데 야구장에 와서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는 선수들의 말을 들으면서 답을 찾았다. ‘파울볼’을 통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한국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소외된 계층이 살 수 있고, 독립 야구구단이지만 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봤기에 이를 계기로 각 분야와 야구에게 무엇인가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