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투박하다. 외모적으로나 투박한 충청도 아저씨인 백종원이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1인 요리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귀여움을 느끼게 되고, 그 순간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백종원의 요리는 많은 스타 쉐프들이 쿡방(‘요리하다’라는 뜻의 Cook+방송)에서 보여주는 스타 쉐프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많은 스타 쉐프들이 화려한 요리기술과 이에 못지 않은 화려한 언변으로 시청자를 압도한다면, 백종원이 승부수를 띄우는 것은 친숙함과 의외의 ‘귀요미’ 매력이다.
그가 하는 요리는 사실 크게 대단한 것이 없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계란말이나 볶음밥 같은 것들뿐이다. 김치와 참기름만 넣고 불에 익힌 김치밥, 명란젓에 마요네즈를 듬뿍 섞어 비빈 명란 마요네즈, 땅콩 잼과 설탕이 듬뿍 들어간 칼로리 폭탄 샌드위치 등 라면에 물 맞추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요리꽝’인 이들마저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수를 얼마나 하는지, 모히또 용으로 사용될 소주를 깨뜨리기도 하고, 춘장을 너무 튀겨서 아스팔트처럼 만들기도 하며, 계란말이는 만들다가 찢어버리는 초보적인 실수까지 하기도 한다. 또 모든 요리에 설탕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대부분의 음식에 설탕이 빠지는 일이 없다. 그래서 얻게 된 별명이 ‘슈가보이’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요리에 열광하고, 심지어 백종원이 알려준 요리를 시도해 봤다는 후기글 또한 쇄도한다. 실수를 하는 백종원을 보고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짓궂게 말하면서도, 이내 그가 보여주는 요리 레시피에 집중한다.
백종원도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한다. 실수를 할 때는 당황한 표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백둥지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능숙한 칼질실력을 자랑한 뒤 뿌듯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때로는 칼질 연습 도중 생긴 상처를 보여주려고 하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욕 아닌 욕을 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요리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백무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미국 갔던 일화를 말하다가 “미국 안 가보셨쥬?”라고 잔망스럽게 자랑을 했다가 사과했고, “브로콜리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없어 보인다”는 말을 했다가 초장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며 ‘초장님’에게 사과를 했으며, 카메라 고정을 위해 끼어놓은 고추에게까지 사과를 하면서 ‘애플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백종원이 ‘마리텔’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바로 굉장히 친숙한 재료로 누구나 한번쯤 만들어 보고 싶고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인터넷 방송에 참여한 누리꾼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유쾌한 입담마저 더해지니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경쟁자들이 음소거 공격권을 사용하자 스케치북을 이용해 소통을 하고, 아내 소유진의 거울을 가져와 소품으로 활용하는 등 방송 센스는 ‘방송천재’로 불릴 정도로 탁월하다.
이에 대해 백종원은 “‘마리텔’은 빨리 채팅창을 보고 응답을 해야 하는데, 과거 1년간 인터넷 게임에 빠진 적이 있어 그 부분은 자신 있다”고 말을 한다. 게임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마리텔’ 방송 도중 이를 통해 직원을 채용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다가 소유진에게 걸려 크게 혼이 났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언급을 하자 “게임 이야기는 하지 말라. 아까 주책없이 말을 했다가 와이프에게 걸려서 혼났다. 결혼할 때 와이프랑 약속을 게임하지 않기로 했었다”라고 사람들의 입을 단속(?)시키기도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방송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쌓은 백종원이지만 실제 그는 운영 중인 브랜드만 33개, 가맹점 총 566개, 심지어 해외에도 매장을 갖고 있으며 연매출은 7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인이다. 과거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던 쉐프 레이먼 킴은 백종원의 수입이 셰프 중 가장 높다고 밝힐 정도로 준 재벌에 속한다. 이 말을 다시 말하자면 굳이 백종원이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기가 많아지는 만큼 그를 불편하게 여기는 세력 또한 많아졌고, 이를 증명하듯 때 아닌 친일파 자손 의혹에 휘말리면서 한바탕 소동을 겪기도 했다.
“제가 방송을 하는 이유는 유명 셰프들이 점령하고 있는 방송에 저처럼 저렴한 가격의 된장찌개 팔고, 보쌈 팔고, 짬뽕 파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민적인 한식을 파는 사람도 잘하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죠.”(2015년 4월 문화일보 인터뷰 中)
한식의 대중화라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 중인 백종원은 ‘마리텔’ 뿐 아니라 올리브TV ‘한식대첩’ tvN ‘집밥 백선생’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백종원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로맨틱에 있다. 겉으로는 푸근한 외모의 백종원이지만 소유진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마리텔’이 파일럿으로 방송될 장시 점유율 1위로 1분간의 자기 PR 시간을 갖게 된 백종원은 “우리 와이프 좀 예뻐해 주세요. 진짜로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입니다”라며 멋은 없지만 진심을 다한 사랑을 보여준 바 있다.
배우 소유진과 기업인 백종원의 결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유진과 백종원의 나이차이가 크게 있을 뿐 아니라, ‘배우와 기업인의 결혼’이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루머가 불거졌던 것이다.
방송에서 꾸밈없이 소탈한 성격을 보여줄 뿐 아니라 아내를 향한 진심을 말하는 백종원의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러한 루머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소유진이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을 잘 골랐다는 평들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가장 부러운 결혼생활을 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남편의 요리 중 최고의 맛은, 어떤 요리가 맛있다는 것보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요리를 바로 해주는 요리가 최고다. 한밤중에도 지금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하면 카레,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칼국수, 20분 안에 내 앞에 등장한다.”(2015년 4월 스타일러 주부생활 인터뷰 中)
하프를 쓸 거면 왜 마요네즈를 먹느냐고 따끔하게 진실을 말하는 ‘슈가보이’ 백종원, 그의 매력에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멀고 멀기만 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