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유쾌한 웃음으로 무장한 가족 드라마가 탄생했다. 각 캐릭터마다의 개성은 강했지만, 일일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쉬운 일명 ‘막장의 기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18일 첫 방송된 ‘딱 너 같은 딸’은 시작부터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아내 애자(김혜옥 분)와 3인3색의 매력으로 중무장한 이 시대 최고의 알파걸로 자란 세 딸 지성(우희진 분), 인성(이수경 분), 희성(정혜성 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주변사람들까지 다양한 캐릭터들과 따뜻한 이야기로 중무장하며 안방극장의 눈도장을 찍었다.
첫 시작인 만큼 이날 방송은 인물소개가 주를 이뤘다. 전설의 완판왕으로 명성이 자자한 홈쇼핑 쇼호스트 애자는 직장에서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딸 지성, 인성, 희성을 각각 대학교수, 박사, 의사로 키워낸 최고의 어머니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애자지만 그 내면에는 과거 자신의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4살 아들의 교통사고를 막지 못한다는 죄책감, 그로 인해 시댁에서는 “아들 잡아먹은 년”이라는 비난을 듣고, 젖은 낙엽처럼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남편 정기(길용우 분)로 인해 마음고생을 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랬던 애자는 남편 정기의 환갑이 다가오자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겉으로 보기에 남편을 위한 화려한 잔치상을 마련한 뒤, 이후 그토록 벼르고 벼렸던 이혼을 선언한 것이다.
‘딱 너 같은 딸’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고 코믹했다. 과장된 연기나 설정은 없었지만 쇼호스트로서 물건을 파는 김혜옥의 연기는 굉장히 진지하고 천연덕스러워서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 날 방송의 압권은 시댁식구들 앞에서 진지하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완창한 뒤 이혼을 선언하는 장면이었다. 누가 봐도 코믹한 장면이었지만, 이를 연기하는 김혜옥은 과장 없이 연기하면서 도리어 극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웃음을 선사하는 역할을 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린 건 김혜옥 뿐만이 아니었다. TV를 통해 애자를 보면서 궁시렁거리는 판석 역을 소화하면서 길지 않은 출연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특별출연으로 출연한 전원주 역시 악덕 시어머니로 분하면서 존재감을 자랑했으며, 줏대 없이 흔들리는 정기 역을 소화하게 된 길용우도 ‘진지’와 ‘찌질’을 사이를 넘나들며 극의 재미를 강화시켜 나갔다. 여기에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완벽해 보이지만 허당스러운 것이 많은 인숙 역의 박해미는 출연을 하지 않았으나, 매 작품마다 강한 존재감을 보이며 크게 활약했던 만큼, 그에 대한 안방극장의 기대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세 딸들인 지성 역의 우희진과 인성 역의 이수경, 희성 역의 정혜성과 엄마 김혜옥 간의 케미 역시 최고였다. 오현종 PD가 연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고심했던 분야를 캐스팅으로 꼽은 만큼, TV 너머로 보는 이들의 케미는 실제 자매라고 해도 닮아 있었다.
‘딱 너 같은 딸’은 단순히 가족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 딸들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가 각각 마련돼 있는 것이다. 세 딸 중 가장 먼저 로맨스의 문을 연 주인공은 인성 역의 이수경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상사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정근(강경준 분)의 티격태격은 이후 이들이 보여줄 코믹 커플호흡을 엿볼 수 있었다.
‘딱 너 같은 딸’은 ‘막장’의 대명사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의 후속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시트콤이 아닌 일일드라마인 만큼 일각에서는 ‘딱 너 같은 딸’ 역시 처음에는 따뜻한 가족극을 표방하다가 이내 ‘막장드라마의 길로 들어 설 것’이라고 추측하는 관점 또한 있었다. ‘딱 너 같은 딸’은 막장드라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도 없으며,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다소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갈등선에서만 마무리 됐다. 이는 ‘딱 너 같은 딸’이 일반 ‘막장드라마’와 차별화를 둔 부분이었다.
한편 ‘딱 너 같은 딸’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8시55분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