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집밥 백선생’이 집밥 가이드를 위한 본격적인 요리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집밥 백선생’ 1회에서는 김구라, 윤상, 박정철, 손호준 네 명의 ‘요리불능’ 제자들과 ‘백선생’ 백종원의 만남이 그려졌다.
이날 백종원은 “사실 나도 이 맛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다”라고 자신이 만든 요리에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는가 하면 “집에서 음식점과 같은 맛을 낼 수는 없다. 그런 맛을 원하면 나가서 사드시는 게 낫다”고 말하며 솔직함과 엉뚱함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사진=집밥백선생 방송 캡처 |
이런 엉뚱발랄한 ‘백 선생’에게 요리를 배울 네 명의 기본 요리 실력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백종원은 요리를 집에서 만드는 과정을 찍어오라는 미션을 확인하며 네 제자의 형편없는 요리 실력을 실감했다. 윤상은 ‘요리를 잘 할 것 같은’ 모습과 달리, 간단한 달걀 요리도 태워 김구라로부터 “형편없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핀잔을 한 김구라나 아무 말 없는손호준도 ‘요리 불능’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용인댁’ 박정철만은 재료를 고르는 데에도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있고, 그럴 듯한 칼질로 촉망받는 제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서로의 요리 실력을 VCR로 보며 경계를 하고 공감도 하며 동기애를 쌓았다. 아직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서먹한 면은 있었지만 이들은 각자 요리에 대한 꿈을 안고 백종원의 레시피를 전수 받을 준비 자세를 했다. 특히 윤상은 칼과 라면스프까지 준비해오며 ‘준비된 학생’의 면모를 뽐내는 등 열의를 보였다.
네 명의 제자들과 백종원은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등 ‘요리 예능’이 넘쳐나는 시기에 용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일단 ‘집밥 백선생’은 전면에 ‘방송 천재’ 백종원을 내세우고,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주방 보조로 활약했던 손호준이나, 각종 방송에서 진행을 도맡아 하는 김구라와 같은 특색 있는 스타들을 배치했다.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른 요리 예능프로그램에는 밀리지 않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이런 요리 예능프로그램들 속에서 ‘집밥 백선생’이 독특한 포지션을 선점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첫 회에서는 요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출연진이 왜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는지, 기본 실력은 어떤지 등을 알리는 전초전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확실한 색깔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백종원이 요리를 주제로 BJ활동을 하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과 겹쳐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백종원이 떡 맛탕과 같은 요리를 해주는 동안 옆에서 참견을 하는가 하면, 맛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 네 명의 제자들의 모습은 ‘마리텔’의 실사 버전 같기도 했다. ‘마리텔’ 속의 누리꾼들이 현실로 나와 백종원의 옆에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구성이었다.
↑ 사진=집밥백선생 방송 캡처 |
아직은 어색한 출연진의 사이가 더욱 프로그램의 색깔을 보여주기 힘든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손호준은 어색함에 거의 말을 하지 못했고, 윤상과 박정철은 어색한 웃음을 짓기 바빴다. 그렇다보니 다섯 명의 대화가 시청자의 웃음을 터뜨릴 만큼 기발하고 재밌는 방향으로 흐르지 못했다. 시청자들도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빨리 친해지길 바라”라는 주문을 출연진에 남기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네 명의 제자에 요리를 가르쳐준다는 단순한 구성으로 돼 있어 요리에 집중하기는 좋은 포맷이다. 하지만 그만큼 요리, 대화 두 가지만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로가 어색해 재밌는 대화가 오고 가지 못한 첫 회만 봐도 ‘집밥 백선생’에서는 요리 못지않게 다섯 명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집밥 백선생’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건강하다. 네 명의 남자들이 요리를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요리에 담긴 스토리와 중요성, 밥을 만들어먹는 재미와 성취감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시청자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웃음이다. 이 메시지를 충분히 살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온전히 다섯 남자들의 호흡에 달렸다. 과연 이들은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와 재미 두 가지 모두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