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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 특성상 그가 한국 대중과 대면한 것은 약 13년만이다. 그는 이날 '사죄'를 앞세웠다. 그러면서 일부 오해에 대한 해명이 불가피했다. '해명'이 아닌 '변명'으로 들리리란 점 역시 그는 알고 있다며 울먹였다. 그만큼 그에게 우리나라 국민 정서의 '벽'은 높다.
이 부분만큼은 스티브 유를 탓할 일이 아니다. 그 처지에서는 질문이 있으니 답할 수밖에 없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사과의 진정성도 받아들여지는 법이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무릎 꿇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을 어찌 했어도 그는 욕을 먹게 되어 있다.
이날 유승준의 인터뷰 내용을 몇 문장으로 요약하면 사실상 다음과 같았다.
"죄송하다. 미국 시민권 취득 결정은 내가 했지만 아버지 탓이다. 심각성을 잘 몰랐다. 군대에 갈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겠다.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 땅 밟을 수 있게 선처해 달라." 최소한 아이들의 아빠로서 그의 자세는 진실돼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는 모두 대중의 화를 부추긴 꼴이 됐다. 시점이 애매했다. 뒤늦게 대중 앞에 선 지금 그는 만 39세다. 38세까지 징집 대상인 점을 떠올리면 그의 진정성은 합리적인 의심을 살만하다. 스티뷰 유의 말처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시기나 당시 여러 정황이 '공교롭게도' 우연이라 치더라도 그건 그의 팔자다. 오직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 수밖에 없다.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5월 19일자 '유승준, 오해와 진실? 인터뷰 예상시나리오 기사 참조) 뻔했다는 말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가족애(愛)'를 강조했다. 그가 아들 이야기를 전하며 울컥할 때는 다수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것이 연기였다면 그는 매우 뛰어난 배우다.
재외동포법 제5조(재외동포 체류자격의 부여) 2항 2호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지만, '외국 국적 동포가 38세가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했다.
스티브 유는 헌법소원(기본권 침해를 받은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일)도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그는 이러한 방법이 악수(惡手)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대중의 용서가 없다면 그가 한국 땅을 밟아도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유승준의 인터뷰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절반의 성공이다.
스티브 유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사실상 활로가 없던 국내 방송·언론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넘어섰다. 국내 다수 언론은 며칠씩 유승준의 이러한 행보를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네이버·다음 등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역시 온종일 그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랐다. 엄청난 홍보 효과다.
스티브 유 복귀를 찬성하는 이들 주장은 그의 억울한 면을 주목한다. 이른바 '괘씸죄'가 지나치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남자 연예인에게 군(軍) 문제는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정치인에 비해서 말이다.
스티브 유의 이번 "군 입대 희망" 발언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 한 명 때문에 법무부가 법을 바꿀 리 없다. 이제 그는 '군대를 회피한 연예인'에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유승준'이 됐다. 동정론에 힘이 실린다.
가수로서 컴백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건 그의 자유다. 어차피 한국에서의 방송 활동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음원 발표는 아이튠스에서 전 세계 동시 발매하면 된다. 들을 사람은 듣고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된다. 관심은 높을 테다.
유튜브 조회수도 폭발할 지 모르겠다. 가수 MC몽이 좋은 사례다. 이러한 수순이 가정됐다면 스티브 유는 오늘, 어떠한 식으로든 한 번은 맞아야 할 매를 맞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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