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뢰한’은 색다른 멜로다. 하드보일드(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시선으로 다루는 장르) 혹은 누아르(어둡고 그늘진 인생이나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라는 어려운 설명이 따라붙긴 하지만 본질은 멜로다. 남녀 주인공 김혜경(전도연)과 정재곤(김남길)의 사랑에 대해 집중해서 봐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것 같지 않은 남녀의 서툰 모습이 감성을 자극한다.
형사 정재곤은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범의 여자 친구이자 술집 마담인 김혜경에게 접근한다. 혜경이 일하는 술집에서 영업상무로 위장하고, 밤에는 그녀의 집 앞 차 안에서 잠복한다. 그러다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다른 남자를 믿지 못했던 혜경은 재곤에게 끌리고, 재곤 역시 살인자를 잡기 위한 도구로 여자를 대하는 것 그 이상이다.
술잔을 기울이던 두 사람은 진심인 듯 진심 아닌, 그렇다고 거짓인 듯 거짓 아닌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같이 살까?”라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진심이냐?”고 묻고, 남자는 다시 “나 사기꾼이에요”라고 답한다.
전혀 다른 듯한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사랑에 상처받은 것도 비슷하고, 잘 나갔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전락한 인물들이다. 두 사람의 삶은 풍족해 보이지 않는다. 서로를 보듬을 듯하지만 영화는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까지도 그 답을 알기 쉽지 않다. 시종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영화라는 선입견에 치
2000년 영화 ‘킬리만자로’로 데뷔한 오승욱 감독이 1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2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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