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에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는 베테랑 형사 최반장(손현주 분). 특진을 앞두고 있는 순간 자신을 납치한 의문의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고 자신의 승진을 위해 사건을 덮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자신이 죽인 남자의 시체가 경찰서 앞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게다가 최반장은 자신이 진범인 살인사건의 담당자로 배정받는다. 그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 조작을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 ‘악의 연대기’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숨바꼭질’에서 자신의 집에 들어온 불청객을 쫓고자 달리고 또 달렸던 배우 손현주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달린다. 제3자가 아닌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한층 복잡해지고 세졌다.
↑ 사진=스틸, 포스터 |
“‘악의 연대기’와 ‘숨바꼭질’이 장르적으로 비슷한 건 맞지만 다르다. 화려한 액션과 폭발이 없지만 체적으로 봤을 때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다. 이에 대해 고민하는 최반장과 어떤 그림이 나올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다. 등장인물 간의 감정을 볼 때도 재미있었다. 그가 저지른 사건을 두고 동료, 관객들과 밀고 당기기를 해야 되기에 혼란이었다. 그러나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가 나오고 과거의 최반장을 만나게 되더라.”
손현주의 설명대로 ‘악의 연대기’는 사건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리얼하며 “만약에 나라면…”이라고 순식간에 배역에 몰입하게 된다. 덕분에 관객들은 섬세한 스릴러를 만나게 됐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한층 도드라지게 됐다. 연기파 손현주 역시 복잡 미묘한 감정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숙제 검사를 받는 것처럼 긴장되더라. (웃음) 관객들이 100% 만족하면 좋겠지만 아닌 분들에겐 죄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관객들이 그저 많이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본 관객이 10명이라면 그 중 3명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실체를 몰라 혼란을 겪고 따라가다 자신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과거를 만나게 되는 최반장을 보면서 연극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했다.”
↑ 사진=MBN스타 DB |
“‘악의 연대기’를 보면서도 내가 저렇게 연기 했구나 느낀 적이 많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힘듦이 더 컸다. 최반장의 복잡한 감정 표현은 내가 해야 되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다. 또한 백운학 감독님의 디렉션은 매우 날카로운데 이를 어떻게 연기로 풀어낼까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풀어야 될 문제였고 연기에는 정답이 없기에 계속 갔다. 심리와 감정 전달이 힘들더라.”
실제로 손현주는 짧은 시간 동안 최반장처럼 동료들과 등 돌린 채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부산에서 한 달 가량 촬영을 했는데 마동석과 박서준 등 배우들이 안 놀아주더라. 한 달 동안 유배생활하면서 라벤더를 키우거나 오늘은 어떤 장면을 잘 찍었나, 내일 촬영할 장면은 무엇인가 등등 생각했다. 심심했지만 영화 속 배역 표현에 있어선 도움이 컸다”며 최반장처럼 일상에서도 자신의 고충을 토로할 만한 동료가 없었고, 자신의 고통을 감췄음을 설명했다.
↑ 사진=포스터 |
“마동석은 사석에서도 만나는 사이인데 이번에 매우 큰 역할을 해줬다. ‘악의 연대기’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함께 연기할 형사 역 배우들과 만나 생활하면서 연습했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이 자연스러웠고 친분이 행동과 대화에 녹아났을 것이다. 정말 잘해줬다. 박서준을 통해 나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산만하지도 않고 묵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배우 같다.”
“백운학 감독님은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다. 대충 가는 사람이 아니고 끝까지 완벽함을 놓치지 않았다. 감독님의 예민하고 꼼꼼한 디렉션 덕분에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웃음) 감탄하기도 했고, 복잡 미묘한 감정선 때문에 여태까지의 출연작 중 육체적인 힘듦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손현주는 “노래 중 ‘무조건’이 율동하기 가장 좋더라. 회식할 땐 최고”라며 ‘악의 연대기’ 속 유일하게 밝았던 회식 장면을 언급, 박상철의 ‘무조건’을 적극 추천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