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과 자진 사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산 삭감, 칸 영화제 속 각각의 행사 진행 등 20회를 앞두고 제대로 성인식을 치렀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사건, 건국대학교 학과 통폐합 문제, 영진위와 영화제의 갈등 등 2015년에도 영화계는 다이내믹하다.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이목을 끈다지만, 정답 없는 문제의 연속은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들며 실망감만 안길 뿐이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 역시 있다는 것, 관객들은 영화관계자들의 능수능란한 대처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MBN스타 DB |
올해 20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혹독한 성인식을 치렀다. 앞서 이용관 부국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내비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부산시가 부국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감사결과를 이 집행위원장에게 전달하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대중의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집행위원장이 부산시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19회 부국제 당시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에서 불거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공식 입장을 정리한 후 공개하겠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드러냈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영화관계자들은 그의 사퇴 권고에 반발했다.
그 후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과 서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고, 자진 사퇴에 대한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때문에 당시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공동위원장은 내가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야기였다. 물러나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위원장을 모셔오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3월11일 오후 MBN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이 집행위원장은 자진 사퇴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고, “자진 사퇴에 대해 영화계와 의논을 하진 못했지만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것이다. 새로운 분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나 역시 옆에서 도와줄 것이다. 내가 주장한 공동집행위원장제의 1~2년이라는 기간은 실제로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오면 난 이선으로 후퇴하고 그 분이 윗선에서 활동하도록, 적응하도록 도와준다는 임의의 기간이다. 새로 온 분이 혼자해도 된다고 느끼면 언제든 난 물러나겠다”고 여전히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이 집행위원장의 단호함에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부산시가 주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발생케 했다면 이는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죽이는 것이다. 잘 커온 영화제가 이런 문제에 휩싸인 건 나라의 수치이자 부산의 수치, 영화인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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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부국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4월30일 영진위가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공모’ 결과를 언급했고, 부국제 지원예산이 8억 원으로 삭감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지난해 14억6000만 원에서 무려 6억6000만 원이 삭감된 것이다. 이에 부국제는 영진위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고 함께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된 건 하나도 없었고, 좀 더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부산지역 15개 대학 교수 528명은 부국제 예산 삭감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예산을 삭감한 그 근저에는 올해 초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력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배후에 작동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위원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 가운데 칸 영화제에서 부국제와 영진위의 갈등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국제와 영진위는 늘 함께 해오던 행사를 각각 따로 진행해 화두에 올랐다. 행사의 취지는 국내외 영화인들의 활발한 교류와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 마련이다. 그러나 따로 열렸기에 일각에선 영진위의 부국제 예산 삭감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칸에서의 행사는)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만으로 진행된 게 아니다. 4월 말, 행사에 대한 말이 오갔는데 서로 함께 행사를 위한 준비를 하기엔 시기상으로 너무 늦었었다”며 “부국제 행사는 소규모로 진행됐었고 단순히 부국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걸 얘기해주고자 소박하게 마련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연초부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저조된 건 사실이다. 예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다시 재배치해야 된다”며 예산 삭감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 사진=포스터 |
부국제의 예산 삭감에 앞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역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영진위의 예산 삭감은 정당하지 않은 절차”라고 말했고, 이에 영진위는 “공모사업에는 지원 조건이 있고 심사결과에 따라서 지원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극과 극 의견을 냈다.
이 가운데 갈등은 심화됐고, 급기야 폭행 혐의로 고소로 이어졌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사무국장은 영진위 담당 김모씨를 서울중부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여전히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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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관객들의 호평 속에서도 대기업과 직배사 영화의 물량공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스크린 확보가 수월치 않았다.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고, 상영시간도 매우 극단적이었다.
이에 관객들과 배우, 영화관계자들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이어갔고, 이들이 보여준 관심 덕분에 ‘개훔방’은 장기 상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스크린 때문에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자 배급사 리틀빅피쳐스 엄용훈 대표는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을 비판하며 대표직 사임 의사를 내비치는 결단도 내려 아쉬움을 안겼다.
‘개훔방’ 사건을 통해 다시금 스크린 독점과 대형 배급사의 ‘갑질’이 논란을 일으켰고, 작품성보다는 대형 배급사의 확보 여부에 흥행이 결정된다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 소식이 전해졌다. 3월22일 건국대가 학생들에게 학사개편을 통보했고, 전해진 학사구조개편안에는 2016년부터 기존 15개 단과대학 73개 학과 체제에서 10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63대 학과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거듭되는 거절뿐이었다.
그 후 3월25일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서를 내는가하면,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했다. 이에 건국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영화학과와 영상학과가 통합 운영되는 것이지 폐지는 아니라고 알렸고, 비대위는 반박했다.
또한 3월31일, 건국대 총학 및 통폐합대상 6개 학과에서 부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4월2일 비대위는 “건국대 총학 및 통폐합대상 6개 학과 등을 포함한 건국대 학생들은 1일 오전 9시, 부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또 거부당하고,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지만 학교 측은 원안을 고수하려는 입장”이라며 여전히 학과 통폐합으로 갈등 중임을 알렸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가장 큰 학생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열었고, 두 가지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의 입장은 통폐합을 진행하게 된 배경과 통합이후 진행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고 전해왔다. 4월13일 비대위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건국대는 학생을 기만하는 거짓 선전을 멈추고 예술학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5월3일 전주국제영화제 JIFF 광장에서 건국대 영화학과 일동은 통합 반대 플래시몹을 진행해 소식을 널리 알렸다.
학교는 통합 후 학과 대형화를 통해 커리큘럼을 보장하고 교수 충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학생들은 ‘Film is not Dead’ 슬로건을 내걸고 학사개편관련 주제로 주점도 열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