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한국영화가 침체기라잖아요. ‘극비수사’가 깃대를 뽑고, 7~8월 기대작들이 계속 나오니, 그 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18일 개봉한 ‘극비수사’의 배우 김윤석이 한 말이다. 그는 ‘극비수사’가 한국 영화 침체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확신은 곧 현실로 돌아왔다. 개봉 이래 누적관객수 145만7708명(24일 오전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쥬라기 월드’를 제치고 2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찼다.
‘극비수사’는 곽경택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로,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형사와 무속인이 팀이 되어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미 결론이 알려진 실화지만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으며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곽 감독은 결말이 알려져 있다는 핸디캡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먼저 사운드와 시각적인 부분에 집중해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이야기도 실종사건이 아닌,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곽 감독의 담백한 연출을 살리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김윤석은 힘을 뺀 서늘한 연기로 긴장감을 높인다. 일상적인 모습마저도 내공을 짐작케 하는 김윤석의 모습은 감탄사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유해진은 웃음기를 뺀 진중함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평소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던 그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2015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그야 말로 외화의 기세에 맥을 추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극장가를 휩쓸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부터 ‘킹스맨’ ‘분노의 질주: 더 세븐’ ‘킹스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샌 안드레아스’ ‘스파이’ 등이 흥행하면서 한국영화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더구나 ‘쥬라기 월드’가 개봉 전부터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이며 극장가를 휩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외화의 박스오피스 정상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 ‘극비수사’가 국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앞으로 한국 영화가 이 활기를 이어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베테랑’ ‘협녀: 칼의 기억’ ‘암살’ 등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
먼저 내달 22일 개봉을 확정한 ‘암살’(감독 최동훈)은 ‘극비수사’의 바통을 넘겨받을 첫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화려한 톱스타 군단들과 감독의 호흡이 벌써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를 비롯해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최덕문 등이 의기투합했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친일파 암살작전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오는 7월 말 개봉하는 ‘베테랑’은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등과 손을 잡은 작품이다.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시원한 액션과 허를 찌르는 위트가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질지 관심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8월 개봉을 확정 발표한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홍식)은 정치적 격랑기였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남자에게 복수를 다짐한 여인과 그 제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협 액션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밖에 이병헌, 김고은, 준호, 이경영,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