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김운하, 판영진이 세상을 떠난 지 보름 가량이 지났다. 재능 있는 두 명의 무명예술가의 사망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자 세상은 예술인 복지에 대한 우려와 비난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사그라지자 어느새 잔잔해지고 말았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는 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예술인 복지법에 대해 논하는 토론회 ‘고통의 끝에서: 예술인 없는 예술인복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가 열렸다. 예술인소셜유니온, 서울연극협회,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연극인유니온준비모임의 각 대표들이 나와 예술인 복지법의 불합리한 점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던 건 복지법 시행과정에서 나온 정부와 예술인복지재단의 안일한 대응이었다. 예술인소셜유니온 장지연 정책위원은 “예술인 복지법은 누군가 죽어야만 바뀌거나 시행된다”며 문체부가 아직 예술인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 사진=판영진 미니홈피, 극단 신세계 |
그의 말처럼 두 명의 인재를 잃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올초 110억 원을 예산으로 배정받고 ‘예술인 창작준비금 사업’을 진행한다 예고했지만, 6월까지도 별다른 구체적 사안을 내놓지 못하다가 이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10일 만에 부랴부랴 모집 공고를 낸 것. 게다가 신청 서류도 복잡하고 심사 과정도 까다로워 ‘긴급지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사망 소식이 들려온 당시보다 식은 모양새다.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한때 모두가 공분했지만, 성난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부가 액션을 취했을 뿐 바뀐 건 없었다. 단 2주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도 예술인 복지에 대한 중요성은 빠르게 잊혔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번 토론회는 예술계 종사자와 취재진으로 가득했지만 문체부, 복지재단 소속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예술인들의 소리를 들어야하는 이들이지만 눈과 귀를 닫은 채 소통을 거부한 셈이었다. 일반 시민의 참여도 적었다. 두 배우의 죽음이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잊혀지는 건 아닐까 우려가 남는 지점이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은 “문체부와 복지재단에 참석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누구보다도 이 자리에 왔어야 할 사람들 아니냐? 한심한 복지재단”이라며 “복지가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먼저 묻는 게 첫 걸음 아니겠느냐. 이것도 없이 세워진 복지정책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