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제주도에서 세 달을 살면서 피부가 탔다고 팔을 쑥 내미는 배우 서이안. 말투마저도 귀여운 이 배우가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그 얄미운 악녀로 활약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하자 서이안이 말한다. “악역같지 않다는 이유로 제가 목지원을 맡게 됐는걸요? 하하”
↑ 사진=이현지 기자 |
서이안은 최근 종영한 MBC ‘맨도롱 또똣’에서 주인공 백건우(유연석 분)의 짝사랑을 받으면서 나중에는 이정주(강소라 분)와의 관계를 방해하는 ‘얄미운 악녀’ 목지원으로 등장한다. 워낙 얄미운 짓을 많이 해 초반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는 서이안은 막상 끝날 때가 되니 목지원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아쉬웠단다.
“제주도 분들은 ‘맨도롱 또똣’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거라 많이들 보셨는지 제가 어디 갈 때 마다 ‘쟤 목지원이잖아’라고 말씀하시더라.(웃음) 서울은 아직 그렇게 돌아다니지를 않아 그런 걸 못 들어봤다. 종영할 때에는 실감이 좀 안 났다. 그러다 끝내고 돌아오니 좀 더 길었으면 좋았을 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한 세 달을 지냈는데 이젠 제주도 가이드도 가능 할 것 같다. 참 많은 경험 하고 왔다.(웃음)”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집을 오래 비운 적도 없었다”며 홀로 된 자유로움(?)을 좀 느꼈다고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사실 그럴 틈이 없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서이안은 “조용한 바닷가를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더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며 경치 좋은 풍경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도 고백했다.
↑ 사진=맨도롱또똣 캡처 |
“초반에 캐릭터 면으로 조금 말이 많았다. 캐릭터 설명에는 예쁘고 매력 있는 아이로 표현돼 있는데 ‘저게 뭐가 예쁘냐’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댓글의 영향을 좀 받았지만, 나중엔 잘 극복했다. 그 때 촬영 현장에 갔는데 스태프와 배우 분들이 제 눈치를 좀 보시는 것 같고 다들 일부러 밝게 행동해주시고 노력해주셨다. 그래서 제가 ‘이 상황에서 내가 힘들어하면 민폐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썼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애써 괜찮다고 말하던 서이안은 “사실 중간에 ‘놓칠 뻔’ 하기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주목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그만큼 ‘댓글 폭탄’을 맞은 것도 처음이란다. 그는 다른 연예인들이 ‘댓글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는 걸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댓글 본 후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힘들어 청심환을 먹기도 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짧은 대사도 기억이 안 나서 힘들었다. 그런데 친구가 제게 ‘지금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끝날 때 잘 끝낸다면 사람들은 잘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해줄 거다’라는 말을 했는데 참 와 닿았다. 다행히 작가님께서 마지막 회에 귀엽게 잘 그려주셔서.(웃음) 주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다독여주고 힘을 줬다. 감사할 뿐이다”
↑ 사진=이현지 기자 |
그래도 주변 사람들 덕분에 극복했다는 서이안은 그래도 얻은 게 많다고 기뻐했다. 그는 “감독님과 다른 배우 분들도 정말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시행착오라 생각하자’고 다독여주셨다”며 그렇게 조금씩 캐릭터에 허당기와 귀여움이 첨가됐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귀여운 악녀’의 탄생인 거다.
“전 ‘맨도롱 또똣’으로 얻은 게 많다. 처음에는 마음고생도 했지만 점점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기고 저도 적응해가면서 시청자 분들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늘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조금씩 되찾았다. 처음에 이 역할을 할 때만 해도 제가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과는 조금 달라서 마음속에 물음표가 많았다. 하지만 워낙 작가님, 감독님이 유명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믿고 가보자’ 싶었다. 다행히 잘 따라가서 다행이었다.”
무사히 ‘맨도롱 또똣’을 마쳤으니 쉴 법도 한데 서이안은 “쉬는 건 제 스타일 아니다”라고 말하며 곧 영화 ‘조작된 도시’ 촬영으로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엔 조급함이 없었는데 요즘 아역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3년 전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의 주연으로 혜성처럼 나타났던 서이안의 입에서 ‘조바심’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조금 생소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데뷔 때 운 좋게 주연으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려서 부담이나 무게를 몰랐다.(웃음) 그 때 영화, 시트콤, 단막극 오디션을 내리 다 붙었다. 오디션 장에 들어가면 잃을 것도, 무서울 것도 없던 때였다. 그렇게 패기 좋게 시작했던 시트콤이 그런데 갑자기 폐지가 됐다. 자신감이 후두둑 떨어졌고, 그 후 얼마동안은 오디션장에 들어가면 떨렸다. 전처럼의 자신감이 안 나오더라. 제가 주연급으로 했던 시트콤이 갑자기 폐지되니 제 탓 같았다. 다행히 잘 극복했지만.”
그렇게 3년 동안 크고 작은 역 가리지 않고 서이안은 연기의 초석을 쌓아갔다. 그의 긍정적인 성격이 금세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는 듯 했다. 이 말을 들으니 서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 “현장에서 많이 부딪히고 배우다보니 ‘극복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을 보며 나중에는 ‘갈고 닦여진’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된다며 서이안은 ‘넘어졌다 일어나는’ 것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넘어졌다 일어났다 한 게 하늘의 뜻 아닐까 싶기도 한다. 첫 번째 작품에서 만약 잘 됐으면 제가 어떻게 됐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처럼 ‘넘어졌다 일어났다’ 반복하면서 배우기도 배우고, 작품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불평보다 감사할 줄 알게 된 거다. 좋은 경험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
서이안은 “내 미래에 기대 반 걱정 반이 된다”며 조심해야 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서이안은 ‘배우’로 성장 중이었다. 앞으로의 더 ‘나아진’ 연기가, 만나게 될 작품들이 기대가 된다고 말하는 서이안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