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봉합된 줄 알았던 ‘건대 영화과’ 사태. 하지만 여전히 학생 측과 학교 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지난 3월 건국대학교는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을 선언했다. 재학생들은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단식 투쟁과 졸업생·재학생 SNS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극에 달했던 ‘건대 영화과 통폐합’ 사태는 어느 순간부터 잠잠해졌다. 학교 측에 문의해도 “사태는 일단락 됐다”는 입장이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학생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태가 일어난 그 때 이후부터 지금까지.”
◇ 학생 측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여진 게 없다.”
지난 6월 건국대학교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김승주 씨(영화과 연출 전공), 부위원장 유민우 씨(영화과 연출 전공), 문준호 씨(영화과 연출 전공)를 만났다. 학생들이 풀어놓은 건대 영화과 통폐합에 대한 이야기의 쟁점은 세 가지였다. △ 통폐합 대상인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유사성이 있는가 △ 통폐합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 조건이 수용 됐는가 △ 통폐합 이후의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돼 있는가 이다. 학생들은 이 세 가지에 모두 ‘아니오’라는 답변을 내놨다.
△ 통폐합 대상인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유사성이 있는가
첫 번째로 통폐합 대상인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유사성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유민우 부위원장은 “학교는 영화과와 영상학과에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다는 애매한 주장을 하지만 두 학과는 입시 전형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과는 연출, 영화를 주전공으로 하며, 영상학과는 미술 관련 학과와 비슷한 입시 과정을 거쳐 3D 애니메이션 등을 공부하는 학과라는 것.
학과의 성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통폐합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학생 측의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1차적으로 원한 것은 통폐합 철회였다. 하지만 김승주 위원장은 “학교 측은 처음부터 ‘통폐합을 물릴 수 없다’고 했다. 부총장과의 긴급 면담에서도 ‘왜 학교가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반복 설명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명확하지 못한 답변과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는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유민우 부위원장은 “학교 측이 제시한 문건에는 취업률, 대학구조개혁평가, 반값등록금 등이 통폐합의 이유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를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구체적인 지표는 없다는 것이란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는 ‘고려해보겠다’ ‘논의해보겠다’는 말을 하고서는 함흥차사다. 그렇게 종강을 맞았다. 미적지근하게 반응해 강제 소강상태를 만드는 게 학교가 말하는 ‘봉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사진=건국대 영화과 출신 학생과 교수가 만든 영화 ‘안티고네’ 스틸 |
△ 통폐합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 조건이 수용 됐는가
그렇게 5월 중순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던 중 학교 측에서 2016 모집요강을 통해 인원 조정안과 학과 통합안을 발표했다. 문 씨는 “통폐합된 영화애니메이션학과의 이수학점이 총 120학점으로 책정됐는데, 지금의 영화과가 최대 120점인 걸 감안하면 정말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된 조정안으로는 심화과정은커녕 반 토막 과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5학번 새내기인 문준호 씨는 영화과로 졸업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문 씨는 “4월 말쯤에 학생총회 안건을 제출했는데 ‘4월 말쯤 후속조치 기획안을 내놔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설명을 하겠다’는 답변서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학생들의 피해보상 등은 아무 것도 들은 바가 없다. 2016년부터 인원 조정, 학과 통합만 발표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 통폐합 이후의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돼 있는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학점 유지기간에 대해서도 5년 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군 2년 갔다 오면 한 번도 휴학을 하지 말아야 영화과로 졸업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하며 “이는 학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정책이다. 영화과는 현장경험 등으로 휴학 빈도수가 높은 학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정책으로는 현실적으로 영화과로 졸업할 수 있는 15학번의 남학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게 재학생들의 입장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모집요강에 우리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2016년 모집요강에 명시된 ‘영화애니메이션학과’의 인원 비율은 학교 측이 처음 우리에게 제시한 가안과 똑같다”고 말하며 “우리가 원하는 어떤 사안을 반영했다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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