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사랑한다고, 기다려왔다고 자꾸만 듣고 싶으니 말해달라고 했었던 걸그룹 원더걸스가 ‘4인조 여성밴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늘 그랬듯 이들의 신선한 시도는 돋보였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복고’가 자리 잡고 있었고, 기대치를 한껏 낮추는 밴드 실력도 아쉬움만 남는다.
멤버 선예, 예은, 선미, 소희, 현아 5인조로 구성돼 지난 2007년 2월13일 ‘더 원더 비긴즈’(The Wonder Begins)로 데뷔한 원더걸스는 타이틀곡 ‘아이러니’(Irony)를 비롯해 ‘미안한 마음’ ‘이 바보’ 등으로 실력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
3년 2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거쳐 정규 3집 앨범 ‘리부트’(reboot)로 돌아온 원더걸스는 연속성을 버리고 주요 골격 등을 차용,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번 앨범에 걸맞게 4인조 밴드로 돌아왔다. 멤버 예은은 피아노, 유빈은 드럼, 선미는 베이스, 혜림은 기타를 연주하며 다른 그룹과의 차별화를 택했다.
또 타이틀곡 ‘아이 필 유’(I Feel You)를 제외한 앨범 수록곡 작사, 작곡에 멤버들이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까지 부각했다. 멤버 선예의 결혼과 출산, 소희의 배우 전향 등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던 원더걸스의 이번 변신은 화려하게 시작을 알린 셈이었다. 합주를 하는 모습이 베일을 벗기 전까지 말이다.
음원과 뮤직비디오에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속 멤버들은 화려했다. 각자 맡은 악기를 열심히 연주했고 필 충만한 표정과 동작이 엄청난 여성밴드의 탄생을 알리는 것도 같았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진영은 SNS를 통해 “오늘부터 공개되는 티저들의 음악은 멤버들이 직접 연주해서 녹음한 겁니다. 이번 앨범 전곡 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이런 섹시한 드러머 보신 적 있나요?” “혜림이가 그냥 얌전하기만 한 애가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숨겨진 끼에 놀라는 중.” “재능은 인기가수를 만들지만 열정은 평생가수를 만들죠. 열정으로 뭉친 가수.” “지난 3년간의 땀과 눈물의 결과. 마음껏 기뻐하렴.” 등 극찬하기 바빴다.
↑ 사진=MBN스타 DB |
이날 원더걸스는 타이틀곡은 물론 히트곡 ‘텔미’ 등 수록곡을 합주했다. 대중이 아닌 언론관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불이 꺼지고 멤버들이 등장한 후 합주가 시작되고 노래를 부르자마자 ‘아차’ 싶었다. 각각의 악기들은 따로 놀았고 중간 중간 실수는 눈과 귀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예은과 유빈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가수의 기본인 노래 라이브까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공백기동안의 연습 시간이 의심스러웠다. 연주하는 악기가 거슬릴 정도.
퍼포먼스는 완벽했지만 모두가 바란 건 밴드로서 새로이 변신한 원더걸스였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밴드였고 합주가 아닌 개개인의 무대만 같았다. 연습량을 의심할 만도 했지만 “각자 취미 삼아 악기를 연주하다가 밴드가 결성된 것이다. 공백기 동안 꾸준히 연습했다”는 멤버들의 말을 듣고 더 당황스럽기만 했다.
멤버들의 실력이야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은 개선할 수 있다지만, 음악방송의 특성상 밴드 음악의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줄 공간은 부족했고 “실전 경험을 할 수가 없었다”며 “미리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는데 긴장을 해서 실수도 많았던 것 같다”고 이실직고한 멤버의 돌직구 발언이 당연히 밴드 콘셉트를 잡았을 때 직면할 수 있는 한계를 생각 못 한 것 같다고 확신하게 만들뿐이었다.
↑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리부트’라는 의미를 이번 앨범에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은과 유빈, 선미, 혜림으로 멤버가 구성됐다는 것과 밴드로 컴백했다는 게 신선할진 모르겠지만 그뿐이다. 홍보와 티저 영상에서만 밴드였을 뿐 여전히 그 놈의 복고를 버리지 못했다. 물론, 80~90년대의 프리스타일, 슬로우 잼, 레트로 팝 등을 원더걸스만의 스타일로 승화했다지만 완전한 밴드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한 복고도 아닌 애매모호한 콘셉트가 되어버렸다.
라이브 공연 외에는 자신들의 합주 능력을 보일 공간도 없고, 심지어 레코딩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밴드라는 감정을 무기 삼았지만 결국 복고라는 걸림돌이 꽤나 거슬린다.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야심찬 원더걸스의 포부는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완전한 밴드를 기대한 팬들은 이들의 합주에 그저 몸을 흔들 수만은 없게 됐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