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방송가에 농촌드라마가 실종됐다.
지난 달 22일 KBS1 드라마 ‘오! 할매’가 종영했다. 파주 시골마을에서 버려진 아기를 함께 키우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인 ‘오! 할매’에는 남능미, 전원주 등 중견 탤런트들이 총출동해 할머니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 할매’가 반가웠던 것도 잠시, ‘오! 할매’의 종영과 함께 농촌드라마는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때 농촌드라마는 장수 프로그램이자 국민드라마로 꼽히는 장르였다. 가장 대표적인 드라마는 MBC ‘전원일기’다.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총 1088부작을 방영한 ‘초장수’ 드라마다.
↑ 사진=오!할매 포스터/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스틸/전원일기 스틸 |
출연진도 화려했다. 촤불암, 김혜자, 김용건, 고두심, 유인촌, 임채무, 김수미 등 지금 배우계의 대부 혹은 대모로 불릴 만한 인물들이 전부 등장했다. 배우 남성진과 김지영은 이 드라마에서 만나 결혼을 했고, 류덕환은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함과 동시에 ‘전원일기’와 함께 성장해 지금은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개성 있는 배우가 됐다.
‘전원일기’와 쌍벽을 이룬 드라마는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다.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는 1990년 9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총 852부작을 했다. 17년 동안 방영하며 노인들의 필수 시청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제1기,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제2기,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제3기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각 시즌은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과 그 이웃이 사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아냈다.
배우 김무생, 김성겸, 백일섭, 박인환, 윤미라, 백수련 등의 중견 배우들이 활약한 것은 ‘전원 일기’와 비슷하다. 배우 고현정이 황말숙으로 제1기에서 활약했고, 조민수, 조재현, 손현주 등 연기파 배우들도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로 데뷔하거나 이름을 알렸다.
KBS1에서는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후속으로 ‘산너머 남촌에는’이라는 농촌드라마를 새롭게 선보였다. ‘산너머 남촌에는’은 2007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시즌1, 2012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시즌2로 구성됐다. 역시 포맷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처럼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가 정감 있게 펼쳐졌다.
↑ 사진=포도밭 그 사나이 스틸컷/모던파머 포스터 |
2000년대부터 방송가에는 대가족의 이야기로 농촌드라마를 국한시키지 않고 농촌을 배경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2006년 KBS2 ‘포도밭 그 사나이’는 미니시리즈와 농촌드라마를 결합한 색다른 드라마였다. 배우 윤은혜, 오만석, 김지석 등 젊은 배우들을 기용하면서도 농사를 지으며 벌이는 각종 에피소드를 담는 농촌드라마의 형태를 잃지 않아 호평을 얻었다.
‘포도밭 그 사나이’와 비슷한 맥락의 드라마는 SBS ‘모던파머’를 들 수 있다. 락밴드가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스토리는 농촌드라마의 변형된 포맷이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농촌을 배경으로 젊은 감각의 스토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였다.
tvN ‘황금거탑’(2014)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농촌의 대한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블랙코미디로 부각시킨 ‘황금거탑’은 그럼에도 시골 특유의 끈끈한 정을 표현했다. KBS1 ‘오! 할매’는 평범한 할머니들의 일상에 육아를 혼합해 역시 독특한 농촌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 할매’를 끝으로 이런 농촌 드라마는 모든 채널에서 사라지게 됐다.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오던 농촌 드라마의 명맥이 끊겼다는 것은 시청자에게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당분간 농촌 드라마는 브라운관에 복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돼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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