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대륙을 점령한 한류는 이제 옛말이다. 중국이 올초 외국 작품 쿼터제를 시행하면서 콘텐츠 수출 출입구가 비좁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선 수준의 국내 콘텐츠 제작 기술을 흡수하고 판권까지 빼먹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의 외국 작품 쿼터제(이하 ‘중국 쿼터제’)는 전년도 중국 드라마나 영화의 30% 분량만 수입할 수 있는 규제 제도다. 또한 중국 정치를 풍자하거나 정서에 반하는 내용, 살인, 선정적인 내용이 불가 항복으로 묶여있고, 사전 제작 완성품만 전송할 수 있어 심의 통과에만 3~6개월이 걸린다.
자국내 콘텐츠와 제작 인력을 보호·육성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 장치는 겉으로는 한류 도입을 막기 위한 제동으로만 보이지만, 사실 속을 파보면 문화정복을 꿈꾸는 중국의 검은 속셈이 숨어있었다.
그 피해의 여파는 시행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상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전년도에 비해 올 상반기 드라마 중 70~80%가 적자라 제작사가 휘청이고 있는 것. 제작사 수입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해외 수출이고,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드라마 중 20% 정도만이 적자를 봤다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쿼터제 시행 이후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디자인=이주영 |
인력 누수도 심각한 상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쓸만한 작가나 PD는 죄다 중국에 가 있다. 국내와 머니 게임이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말처럼 ‘바람의 화원’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PD나 ‘찬란한 유산’ ‘닥터 이방인’ 진혁 PD 등은 중국행을 택했고, 예능에서도 김영희 PD, 이병혁 PD, 김남호 PD 등 다수가 뭉쳐 중국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에 적용되는 이유는 아니지만 업계에 따르면 고급 인력들이 새어나가는 건 중국 쪽에서 제시한 어마어마한 ‘몸값’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선 국내 인력이 상당수 꾸려져야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누수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가진 재능과 기획력 등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정작 국내 드라마업계엔 쓸만한 인재가 줄어들고 나아가 드라마 콘텐츠 질까지 저하되는 셈이다.
쿼터제가 시행되면서 드라마 판권 수익도 크게 하락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중국 판매 수익은 작년 대비 1/10로 떨어졌다. 그나마 김수현, 이민호나 아이돌이 나오는 드라마는 현재 회당 2억정도에서 판매되지만, 이런 배우들이 나오지않으면 1000만원 단위로 바닥을 치기 때문에 캐스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연기돌’을 탓하면서도 이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중국 수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2차 판권이다. 쿼터제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한중합작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제한이 심하게 걸려있다. 중국이 1차 판권은 한국 대 중국 5대5로 나누는 대신, 2차 판권은 모두 중국의 소유로 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2차 판권은 작품의 리메이크, 2차 저작물 등으로 파생되는 것에 대한 권한으로 1차보다 부가가치가 몇 갑절이나 큰 부분이다. 다시 말하자면 죽 쒀서 중국 갖다받치는 꼴인 셈이다.
왜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을 이런 중국의 행태에 넋놓고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드라마 쿼터제 폐해는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작년 11월 정부가 한중 FTA를 최종 타결하면서 시스템을 열어준 이후부터는 중국이 국내 콘텐츠 제작 기술을 집어삼키기 위해 다양한 제동을 걸어도 우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또한 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중FTA를 통해 중국의 거대한 자본이 들어오면 제작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제작사가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 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