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자숙’이라는 단어가 언제쯤부터 이렇게 ‘가벼워진’ 단어가 됐을까. 연예인들의 복귀 앞에 붙는 ‘자숙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이 고유명사가 된지도 오래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 자숙을 선언했다 방송가에 컴백하는 사례가 한꺼번에 생겼다. 올해 초부터 붐, 이수근, 노홍철, 이태임, 토니안 등이 차례로 방송 복귀를 알렸다. 음주운전부터 도박 혐의, 방송 태도 논란까지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일정 기간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는 것은 한결같다.
‘자숙’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심한다’는 뜻이다. 연예계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자숙을 방송가에서 잠시 떠나있는 것을 의미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빚은 사회적 물의에 대한 반성을 그들에게는 생업인 방송을 멈추는 것으로 표현하고는 했다. 따가운 대중의 시선에 출연 프로그램이 받을 피해를 고려해 스스로 하차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됐다.
↑ 사진=MBN스타 DB |
아쉬운 것은 이 ‘자숙’이라는 단어가 점점 그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숙은 이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심’하고 ‘반성을 하는’ 기간이 아닌, 일종의 관례로 치부되고 있다.
최근 MBC 새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 복귀 초읽기를 하고 있는 노홍철은 작년 11월 음주운전으로 MBC ‘무한도전’ 등 출연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무한도전’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그이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하차를 아쉬워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자 무려 9년을 함께 한 ‘무한도전’에서 하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용단’이라 불릴 만 했다.
그렇게 자숙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나지 않아 노홍철은 MBC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복귀를 선언했다. 물론 그의 복귀에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으나 일각에서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노홍철의 복귀 행보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방송 복귀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인데, “당분간 복귀 계획이 없다”는 FNC의 말과 달리, 노홍철은 곧바로 프로그램 캐스팅 소식을 알렸다. 이는 마치 ‘자숙 기간’이 방송 재개를 위한 준비 기간처럼 비춰져 아쉬움을 사고 있는 것.
그의 사례에서처럼 요즘 연예인들에게 자숙은 그저 통과의례처럼 돼 버린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자숙을 선언한지 약 1년 후 약속이나 한 듯 방송가로 복귀하는 것은 마치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여기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일례로 2013년 스포츠토토 도박 사건 때문에 나란히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춘 양세형, 붐, 이수근, 토니안을 들 수 있다.
양세형과 붐은 이수근이나 토니안보다 도박 횟수나 금액이 적어 약식 기소된 바 있다. ‘죄질’이 그만큼 작다는 뜻인데, 이들은 가각 5개월, 1년이라는 자숙 기간을 거쳐 방송가에 발을 들였다. 이들보다 양형이 컸던 이수근과 토니안은 나란히 1년 6개월에서 2년의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방송가에 돌아왔다. 이들의 복귀는 너무나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마치 암묵적으로 ‘룰’이 존재하는 듯이 말이다.
이런 모습들에서 과연 지금 연예계의 ‘자숙’이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일부 누리꾼들은 연예인들에 ‘자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며 ‘1년 쉬고 오면 그게 자숙이냐. 그 사이에 그들이 무슨 반성의 시간을 가졌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방송을 떠난 시간을 살펴보면 개인 사업을 돌보거나 여행을 다니는 등 크게 ‘행동을 조심하는’ 모습은 없었다.
물론 ‘그럼 그 자숙의 기간동안 봉사활동이라도 해야 하나. 봉사활동 같은 것을 해야 꼭 진정성이 발현되는 것이냐’고 반문을 할지 모른다. 봉사활동 같은 ‘보이는’ 것들이 꼭 진정성을 나타낸다곤 볼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자숙의 의미에는 더욱 맞는 행동이다. 과연 ‘자숙’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연예인들에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하나. ‘자숙’이라는 단어가 그야말로 아주 가벼워진 시대가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