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김수로는 호탕하고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그런가하면 드라마나 영화 속 김수로는 사람 좋은 웃음기와 냉혈한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천상 배우다.
그렇다면 ‘김수로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김수로는 어떨까.
김수로는 24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택시 드리벌’ 연습실 공개 기자간담회에 배우이자 프로듀서 자격으로 참석, ‘김수로 프로젝트’의 야심작 ‘택시 드리벌’을 통해 보여주고픈 자신의 꿈을 소개했다.
간담회에 앞서 그는 ‘택시 드리벌’에 대해 “중극장 연극 부활의 신호탄이 될 작품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소극장 공연조차 경영 논리 아래 허덕이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환경에서 중극장, 대극장 연극의 부활을 피력하는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김수로는 “그게 없어지는 게 싫은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그는 “소극장에서는 소극장의 사실주의를 많이 배웠다면, 대극장은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힘이 있다“며 ”언젠가는 야외 2천석도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탑을 잘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비뇽 연극제나 애딘버러에서 야외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훈련되어져있는 발성, 살면서 2천번 이상 무대에 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순간, 어떤 이야기인지도 모르는데 감동이 느껴지는 예술적 값어치. 그걸 계속 키워나가야 예술이 죽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런 공연을 보면서 문화적으로 성숙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로는 “어려서도 시장에서 품바 외에 작은 공연이라도 했으면 내 예술적 상상은 훨씬 컸을텐데,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공연을 왜 못 보나 싶고, 그러다 보니 예술적 원통함이 있다”며 “중극장 대극장을 살리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걸 통해서 영감이 어마어마하게 창의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그걸 우리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게 돈이 안 되니까, 망하니까 못 본다면 지금의 초등학생이나 어린 아이들은 아쉬울 것 같다”며 “그들에게 좋은 예술적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수로 프로듀서는 ‘택시 드리벌’을 시작으로 장진 감독 작품으로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택시 드리벌’은 1997년 초연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장진 감독을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으로 2004년을 끝으로 11년 만에 김수로 프로젝트로 부활했다.
그는 “첫 수입 공연이나 라이센스 작품은 대중에 어필하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대중과 친근한 작품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진 감독님 작품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휴먼코미디로 잡고 대중과 친밀도를 높인 만큼 ‘택시 드리벌’을 택했다. 10년 정도 됐다면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도 좋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무대 디자인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고. 김수로 프로듀서는 “과거에는 무대가 단조로웠다. 장진 감독은 인물 포커싱이지만 나는 무대에 추구하는 면이 강하다”며 “이야기적 구성이 거의 흡사하다면, 안무적 구성이나 쇼 적인 부분도 가미했다. 많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디테일이나 무대는 전작과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출자가 본 프로듀서 김수로는 어떨까. 손효원 연출은 “‘이기동 체육관’으로 처음 만났는데 프로듀서로서 굉장히 과감하고 공격적이다”며 “아이디어나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외적 지원 환경에 대해 스스로 필요하다 생각되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또 그는 “연극뿐 아니라 무용까지 프로듀서 하다 보니 생각이나 시점이 훨씬 넓어진 느낌이 든다”면서 “이번에 ‘택시 드리벌’을 하면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잘 모아서 공연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 드리벌’은 장진 감독이 실제 택시기사였던 아버지를 모델로 팍팍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 소시민의 군상을 특유의 맛깔 난 대사로 코믹하고 리얼하게 담아내 호평 받았다.
김민교 박건형 김도현 남보라 강성진 김수로 등이 출연하는 ‘택시 드리벌’은 9월 1일부터 11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