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 최대웅 작가는 누구?
↑ 사진제공=한국방송작가협회 |
대한민국 방송 작가로 코미디, 예능, 드라마, 다큐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집필했다. 1994년 SBS 공채 작가를 거쳐 2002년 ‘폭소클럽’ 2006년 ‘황금어장’ 2008년 ‘명랑히어로’ 등의 예능·개그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SBS 드라마 ‘심야식당’을 집필했다. 2011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방송작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는 제 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기획이사로 재임 후 지금까지 꾸준히 ‘부코페’ 위원진으로 활약했으며 3회 ‘부코페’에서는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콘텐츠 기획을 담당했다.
Q. 제 3회 ‘부코페’를 준비했다. 이번 3회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것이 있나.
A. ‘부코페’는 적은 인원이 다 해야 하고 화력의 90%가 서울에 있다 보니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규모가 커져서 저번보다 더 빠듯하다. 공연뿐 아니라 부대행사도 많이 준비했다. 학교에서 코미디 특강도 하고 포럼도 있다.
또한 세계 각국 코미디 페스티벌 주최 측들도 이번 기회에 모두 모여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협의회 같은 단체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멜버른, 몬트리올이나 아프리카,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다 온다. 다만 저희가 이런 포럼 같은 걸 준비해 본 경험이 없어서 아무래도 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준비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제가 나서게 됐다. 그래서 제가 하게 됐다. 농담으로 늘 제가 개그계에서 제일 지적이라고 말하고 다닌다.(웃음)
‘부코페’를 열기 시작하면서 저희도 국제 페스티벌 주최자들과 만남을 가지는 등의 일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코미디 시장은 세계적으로 이미 크다. 에든버러 같은 곳은 공연만 한 달 동안 3천 개가 열린다. 경제 효과가 몇 조원대다. 그런데 한국만 좀 작다. 하지만 기분 좋은 것은 한국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거다. 부산에서도 지금의 코미디 페스티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충분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 사진=MBN스타 DB |
Q. ‘부코페’에 이렇게 열심히 임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A. 김준호 위원장한테 코 낀 거다.(웃음) 저한테 ‘그냥 근엄하게 앉아 있어주면 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웬걸, 일이 정말 많더라. 물론 김준호 위원장도 정말 하는 일이 많다. 발굴, 콘텐츠 만들고, 다른 외부 인력들과 일을 하는 것 모두 김준호 씨가 한다. 그래서 저도 짜증을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상황이다. 조광식 부위원장은 행정적으로 맡아서 한다.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사실 제일 힘들지 않냐. 정말 다들 힘들게 부코페를 위해 달려오고 있다.
때로는 ‘부코페’가 내수시장 용이라는 지적도 들을 때가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 일단 옹알스를 먼저 밀어준 거다. 물론 만든 건 옹알스 팀의 힘이 95%지만 저는 한 5% 정도는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멜버른도 우리가 적극 추천해서 가게 된 것이고. 이번 페스티벌에서 농구 퍼포먼스를 하는 ‘굿바이 마이클조던’ 팀이 공연을 하게 된다. 앞으로 이런 팀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이런 작품들을 만들 생각이다. 한마디로 이런 팀들을 만드는 건 재능기부다. 저는 꾸준히 이런 재능기부들을 하려고 한다.
Q. ‘부코페’에 해외 공연 팀이 상당히 많이 초대된다. 어떻게 이런 유수의 팀들을 초빙할 수 있게 됐나.
A. 저는 콘텐츠 담당 부위원장이다. 첫 회에는 사실 안 보고 추천도 받았다. 그런데 안 되겠더라. 그래서 두 번째에는 저 혹은 제가 대리로 보낸 측근이 직접 본 후 섭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워낙 세계 각국에 있는 팀들을 초빙하려다 보니 제가 다 갈 수는 없겠더라. 그래서 가끔은 다른 분을 대신 보내기도 한다.
이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유튜브 영상으로 보기에는 그 반응이나 개그를 냉정하게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캐스팅을 1년 동안 계속 한다. 정말 이번 3회 부코페가 끝난 9월1일부터 콘텐츠팀은 다시 리스트업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 천, 수 만 개의 팀 중 초대할 팀을 선별해야 하니 시간이 그만큼 많이 걸린다. 지금은 넌버벌 공연이 많은데 스탠드 코미디를 이번 회에 처음으로 시도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영어 장벽이 좀 있어서 잘 안 됐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시도는 할 생각이다.
↑ 사진=MBN스타 DB/순수창작 공연팀 굿바이마이클 조덤(코스켓) |
꼭 말하고 싶은 분은 캐스팅에서는 황덕창 수석프로그래머가 1등 공신이다. 영어를 잘 한다 그리고 저와 함께 ‘폭소클럽’에 함께 있었던 분이다. 그 분이 저 대신 팀을 섭외하러 가는 ‘측근’인 셈이다. 워낙 보는 눈이 뛰어나셔서 그 분이 섭외하는 팀들은 다들 정말 반응이 좋다. 하지만 물론 결국 제가 데리고 오는 팀이 1위를 하긴 하더라.(웃음)
Q. 본인이 생각하는 개그의 핵심, 그리고 지금 개그의 위치는 어디인가.
코미디의 기본 원칙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아무리 뜻이 좋고 의미가 좋으면 뭐하나. 사람들은 코미디를 통해 웃음을 짓길 원한다. 첫 번째는 웃겨야 하는 게 맞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코미디가 방송 코미디로 편중돼 있다. 일본, 미국 등은 공연 코미디가 활성화 돼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공연 코미디가 있지만, 소규모일 뿐 아니라 방송에 올리기 전에 소위 ‘간을 보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는 한다. 안타깝다. 공연 코미디는 정말 매력 있는 장르다. 방송 코미디는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어야 하지만 공연 코미디는 한 번 만들기가 어렵지, 한 번만 만들면 1년, 2년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많이 모르고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소모품처럼 활용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고 코너의 인기가 떨어지면 떠나는,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는 거다. 졸업을 하거나 도태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 친구들에 새로운 시장을 보여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공연 코미디의 활성화를 위해 부코페를 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한국만 코미디언을 광대로 보고 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외국은 유명 코미디언이 골프 대회를 열면 전현직 대통령도 초대를 못 받아 안달일 정도로 코미디가 강세다. 저는 외국 나갈 때 직업란에 ‘코미디 작가’라고 쓴다. 그러면 정말 존경의 눈으로 보면서 엄지를 치켜든다. ‘코미디가 어렵다’는 인식이 분명 있는 것이다. 지금 유재석 씨 등 코미디언들이 방송가를 이끌면서 인식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조만간 이런 인식이 완벽하게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Q. 개그가 발전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A. 코미디언들은 우물을 벗어나서 넓은 코미디를 보라고 하고 싶다. 저도 30대 후반에 에든버러 축제 처음으로 갔다. 그 때 제자신에게 ‘왜 이제야 여기를 왔냐’고 욕했다. 좁은 우물 안에서 생각해봤자 한계가 있다. 나와서 보면 웃길 수 있는 정말 다양한 소재, 다양한 방법들이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코미디언들의 견문이 넓어져야 한다.
또 다른 것은 이제 우리나라 개그계에 ‘새로운 판’이 생겨야 할 때라는 거다. 이제 토핑이 떨어져간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코미디라는 피자를 안 먹게 될지도 모른다. 새 판 중에 하나가 tvN ‘SNL코리아’라고 생각한다. 분명 다른데 먹히지 않냐. 이런 새 판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이미 공개코미디는 포화 상태다. 그 판이 낯설지 않고 시청자들에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왜 다큐, 대하사극에만 투자를 할까. 개그에도 조금만 투자를 해주고 기다려준다면 감히 말하지만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 장르로 거듭날 것이다.
↑ 사진제공=한국방송작가협회 |
Q. 개그가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코미디언 없는 예능 프로그램 없다. 결국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근간은 개그맨들이다. 코미디언들이 살아야 예능 프로그램의 풍성함을 가져올 수 있다. 코미디는 예능의 ‘쌀’이다. 근간인 것이다. 그래서 코미디가 잘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이 한국 개그를 향해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한국 코미디언들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코미디의 비중을 살펴보면 절반이 성적인 코미디, 그 나머지 절반이 정치적, 종교적인 요소를 활용한 코미디다. 욕을 하거나 성적인 소재를 사용하면 정말 웃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 코미디언들은 방송에서 이런 소재를 절대 건드릴 수 없다. 그 나머지 4분의 1가지고 웃기는 거다. 간단한 풍자를 해도 항의, 소송 등이 진행된다. 그 모든 것을 다 피하고 나서도 이렇게 웃긴다? 이건 정말 박수쳐줄 만한 일이다.
또한 개그맨들이 잘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예능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이 누군가. 유재석 등과 같은 코미디언들이다. 유재석에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배우’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직업은 ‘코미디언’이다. 전국민이 다 좋아하는 송해 선생님의 직업 또한 ‘코미디언’이다. 지금 그런 분들이 개그계를 꾸준히 잘 이끌고 있다. 코미디언들이 정말 잘 돼야 한다. 저는 조금만 지나면 외국의 코미디언들에게 우리나라 코미디를 존경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