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가 불륜과 부부 관계에 관해 색다른 해석과 탄탄한 극 전개로 웰메이드 드라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3%대까지 떨어진 시청률이 걸림돌이다.
30일 오후 방송된 ‘애인있어요’는 시청률 3.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분보다 무려 1.3%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경쟁작인 MBC ‘여왕의 꽃’ 마지막회가 함께 방송된 것을 감안해도 위태위태한 성적이다.
SBS 주말극은 2013년 이후 제대로된 히트작 하나 없이 침체의 길을 걸었다. ‘열애’ ‘기분좋은 날’ ‘엔젤아이즈’ ‘끝없는 사랑’ ‘미녀의 탄생’ ‘내 마음 반짝반짝’ ‘너를 사랑한 시간’ 등 다양한 작품들이 거쳐갔지만 10%를 넘지 못하며 시청률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 사진=SBS |
‘애인있어요’의 첫 행보도 이들과 비슷했다. 첫 회 시청률 6.4%로 시작해 5.1%(2회). 5.2%(3회) 등 5%대에 간신히 턱걸이 하더니, 급기야 첫 회의 반토막까지 하락했다. 우려섞인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애인있어요’는 이런 초반 부진에 가려지기엔 아쉬운 작품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의 갈등과 외도, 제약회사 암투까지 그려내며 캐릭터, 대사, 극 전개 등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있는 수작이기 때문.
집필을 맡은 배유미 작가는 그동안 뚝심 있는 필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MBC ‘스캔들’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가 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위풍당당 그녀’ ‘로망스’ ‘태양은 가득히’ 등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며 ‘믿고보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애인있어요’도 배 작가만의 매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절대 악이나 선이 없는 캐릭터 설정과 여느 불륜극 같지 않은 깊은 시선, 곱씹게 되는 대사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있는 것.
↑ 사진=SBS 방송 캡처 |
도해강(김현주 분)이 남편 최진언(지진희 분)에게 사심을 품은 강설리(박한별 분)에게 “쓰레기는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혀서 끝난다. 악취 풍기면서. 네 청춘을 더러운 쓰레기통에서 뒹굴게 하지마라”고 경고하는 장면이나, 강설리가 “어차피 없어지는 거면 닳아서 없어질래요. 아무 것도 안 하고 녹스는 것보다 닳아서 없어지는 쪽을 택할래요”라고 맞서는 대사들은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요소였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도 ‘애인있어요’의 미덕이다. 냉철한 변호사 도해강과 오지랖 넓은 미혼모 독고용기를 연기하고 있는 김현주는 1인2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지진희도 새롭게 찾아온 순수한 사랑 앞에 흔들리는 유부남 최진언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의도치 않게 악녀가 된 강설리 역의 박한별도 수준급 연기로 안정감을 이룬다.
공형진, 백지원, 나영희, 김청 등 감초 배우들의 활약도 극을 심심치 않게 한다. 외도를 ‘놀이’쯤으로 아는 민태석(공형진 분)과 비즈니스 파트너 같은 아내 최진리(백지원 분)의 대화는 언어유희 수준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으며, 백치미 가득한 재벌가 사모 홍세희(나영희 분)의 톡톡 튀는 매력도 감칠맛을 내고 있다.
이처럼 ‘애인있어요’는 외도와 부부 관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필력, 배우들의 호연으로 막장극이 가득한 주말 안방극장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표에 굴하지 말고 무쏘의 뿔처럼 묵묵히 가야할 이유 아닐까. 50부작 중 고작 4회만 공개한 이 드라마가 시청률에 조급해해야 할 때가 아직은 아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