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최다니엘은 참 알 수 없는 배우다. 그의 작품을 보면 ‘무엇이 본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들 수밖에 없게 한다. 안경을 쓰고 벗은 모습 뿐 아니라, 짓궂게 웃는 모습과 부드럽게 미소 짓는 느낌도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극 중 그의 모습은 담담하면서도 힘이 느껴져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최다니엘은 앞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로 사고뭉치에 다혈질인 PD역할을 맡더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지적이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엉뚱한 외과의사로 분했다. ‘학교 2013’에서는 현실감 자아내는 선생님으로 ‘빅맨’에서는 비열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의 다양한 면모는 영화에서도 이어졌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어수룩한 면을 보였다면 ‘우유시대’에서 순애보적인 남자로, ‘공모자들’에서는 식겁할 정도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열한시’와 ‘악의 연대기’에서 역시 전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 디자인=이주영 |
영화 ‘치외법권’으로 관객들을 찾은 최다니엘은 극 중 성 충동 조절 장애가 있는 유민 역을 맡았다. 유민은 범인만 봤다 하면 일단 패고 보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정진(임창정 분)과 법 위에 군림하는 범죄 조직 보스 강성기(장광 분)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짓궂게 웃는 그의 모습이 잘 녹아들었다.
“연기할 때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요. 재밌는 것이 좋아하죠. 공교롭게도 어두운 작품을 많이 했는데 ‘치외법권’은 밝은 분위기라 좋아요. 그리고 관객들이 연인이랑 봤을 때 보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B급 정서를 좋아하거든요. 홍금보가 출연하는 홍콩영화나 할리우드 B급 영화요. 요즘 한국 영화는 그런 것이 없잖아요.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어요. ‘치외법권’은 퓨전요리 같은 색다른 영화인 것 같아요.”
‘치외법권’은 최다니엘의 액션신도 시원하다. 임창정이 빠르게 상대를 제압한다고 하면, 최다니엘은 긴다리를 쭉쭉 뻗어 발차기를 하기 때문이다.
“각이나 자세가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사실 우려가 많았어요. 골 때리는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요. 전 쭉쭉 뻗고 형은 탁탁 치고 리듬감이 살더라고요.”
↑ 디자인=이주영 |
“사실 저도 형의 출연이 결정에 큰 힘이 됐어요. ‘공모자들’로 만나기도 했고, 형과 저는 흥이 어요. 작품을 하면서 형에게 ‘임 감독이냐’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하는데, 형은 정말 천재성이 있는 것 같아요. 기발하고 창의적이고 센스도 있고.“
‘치외법권’에는 최다니엘의 전라 신이 나온다. 원래 없던 장면인데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위해 최다니엘이 제안하기도 했다고. 극의 개연성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드러났다.
“첫 베드 신이었는데 전혀 부담 없었어요. 오히려 격정 멜로가 힘들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영화 안에서 녹아들어가는 것이 좋더라고요. 힘들었던 장면은 도박장이었어요. 거의 잠을 못자면서 촬영했거든요. 액션에 공도 들였고.”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최다니엘은 배우로서 배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텍스트 안에서 내 의견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임창정)은 의견을 많이 내거든요. ‘치외법권’도 텍스트로만 갔으면 안됐을 것 같아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뭐든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연기자가 안됐으면 어쩔 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연기에 대해서도 배워가고 있는 중이지만, 최다니엘에게도 ‘공인’이라는 점이 부담이 된 적이 있다.
↑ 디자인=이주영 |
그렇다면 최다니엘이 꿈꾸는 일탈은 어떨까. ‘세상에 아무도 없다면’이라는 말에 최다니엘은 “그럼 은행을 털어야 겠죠”라고 짓궂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근데 취미가 없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귀찮고(웃음)”라고 말했다. 최근 영어 공부를 한 것 역시 ‘렛미인’을 보고 난 후 클로이 모레츠에 빠져서다.
“전주에서 약 2주 동안 하루 8시간 씩 영어 공부를 했어요. 클로이 모레츠와 그냥 아무 말이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학원가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 복습하고 잠을 자고. 그렇게 생활했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 딱히 취미라고 할 수 없어요, 영화요? 영화는 아직 제게 공부죠.”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